백악관 "구제금융 7천억弗서 車지원 검토"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업체에 대한 140억달러 규모의 긴급 구제금융 법안이 11일 미 상원에서 불발됐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이 12일 금융권 구제금융 7000억달러에서 지원자금을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당장 파산에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그동안 7000억달러 전용에 강력히 반대해왔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들을 무너지도록 해 경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면서 "백악관은 금융시장이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을 통상적으로 선호하지만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해 자동차 파산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다른 대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기관 지원을 위한 7000억달러 구제금융 재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 재무부도 내달 의회가 소집될 때까지 빅3의 파산을 막을 준비가 돼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CNBC는 재무부가 미 자동차산업에 생명선을 던진 것이라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 차기 대통령 당선인의 지원 의지도 강력하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동차산업은 미국의 상징이자 미 제조업의 근간"이라며 지원을 호소해왔다. '빅3'가 파산할 경우 300만명의 실직자가 양산되는 등 침체일로인 미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집권 초기 다른 경제정책을 시행하는 데도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빅3'와 노조는 금융권 구제금융 자금에서 지원받지 못할 경우 파산보호를 신청하거나,아니면 공화당 요구대로 확실한 회생안을 다시 제출해 상원을 설득하거나 두 가지 길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의 지원 검토에 고무된 GM은 "국가경제에 더 피해를 주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 적극적인 구조조정 등 가능한 한 모든 해법을 동원하는데 정부와 긴밀히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GM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파산 전문 변호사와 회계사를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빅3'가 금융권 구제금융 자금을 지원받느냐 여부는 임금 삭감 등 노조의 추가 양보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GM과 도요타자동차 미국 공장의 시간당 임금은 각각 29.78달러와 30달러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연금과 의료비 부담분을 포함한 1인당 총 노동비용은 GM이 69달러,도요타가 48달러다. 공화당은 내년에 임금을 삭감해 일본업체들과 맞추자고 요구한 반면 자동차노조는 2011년 이후에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금난에 처한 GM은 현재 내년 3월 말까지 100억달러를,크라이슬러는 40억달러의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포드는 자금운용에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다. '빅3' 지원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각도 곱지만은 않다. 여론조사업체인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원에 찬성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39%에 불과했다. 미 매리스트대의 설문조사 역시 찬성 41%,반대 48%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