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대적 '임원 물갈이' 막 올랐다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중은행에 대대적인 물갈이성 임원 인사가 시작됐다.

우리은행은 부행장 11명 가운데 8명을 전격 교체하는 집행임원 인사를 14일 단행했다. 또 계열사를 포함한 전 임원이 사표를 낸 농협은 이르면 이번 주 중 3분의 2가량을 경질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민 신한 하나은행도 다음 달 초까지 대규모 임원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 경기침체로 부실여신이 대거 발생해 정부의 공적자금이 은행에 투입될 경우 행장과 금융지주회장 등이 인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은행 부행장 4분의 3 교체


우리은행은 이날 인사에서 이순우 수석부행장과 감사를 제외한 부행장 11명 가운데 김계성 경영기획본부장과 이창식 기관고객본부장,황록 전 IB본부장(HR본부) 등 3명만 남겨놓고 8명을 퇴임시켰다. 이종휘 행장 취임 전 임명된 부행장 8명을 모두 교체함으로써 이 행장 주도로 위기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퇴임한 임원 중 3명은 작년 12월 임명돼 1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우리은행은 부행장 1명을 감축하고 △조진형 기업고객본부장 △김하중 중소기업고객본부장 △정징한 카드사업본부장 △김종근 자금시장본부장 △김정한 리스크관리본부장 △구철모 여신지원본부장 △최칠암 업무지원본부장 등 7명의 부행장을 새로 선임했다.

은행 측은 한일ㆍ상업은행 출신을 부행장으로 고르게 배치했으나 대학별로는 고려대,지역별으로는 대구ㆍ경북 출신이 각각 3명으로 가장 많았다. 단장급도 6명을 선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처남인 권기문 전 주택금융사업단장 등 2명은 물러났다.

◆공적자금 투입 땐 대대적 인사 불가피
농협과 국민 신한 하나은행도 다음 달 초까지 임원급 인사를 단행한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어 임원급 간부에 대한 충격요법 차원의 경질성 인사가 행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조직 혁신 차원에서 최근 각 사업부문 대표이사와 집행간부,자회사 임원 등 70여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농협의 경우 이르면 이번 주중 인사가 단행돼 현 임원의 3분의 2 이상이 경질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임원 인사를 단행할 국민은행은 60여개 점포 통폐합과 맞물려 비교적 큰 폭의 인사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도 큰 폭의 임원 인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 태산LCD 관련 충당금 때문에 3분기에 712억원 적자를 낸 데 이어 4분기에도 환율 급등으로 적자 가능성이 있어서다.

신한은행은 연말까지 각 지점 및 본부별로 영업실적을 평가한 뒤 내년 초 조직개편 방안과 임직원 인사폭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내년 3월 이인호 신한지주 사장,신상훈 신한은행장 등 그룹 고위 임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행장 거취 등과 맞물려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될 경우 실적악화 등의 이유로 조기 퇴진하는 은행장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넣을 경우 방만한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인사 혁신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내년 1월 말까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중 기본자본비율을 9% 이상으로 확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이를 따르지 못하고 추가 부실이 발생할 경우 2월께부터 국책은행 자금 등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