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도산법 개정방안] 회생신청기업 돈 빌리기 쉽게 신규대출에 우선 회수권 부여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 개정 방향은 기업과 개인이 회생절차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에는 경영권 상실에 대한 우려를 없애고 금융회사로부터 신규 자금을 원활히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에게는 신청 비용을 줄이고 빚을 갚는 기간을 감축해 회생 절차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주된 내용이다.

통합도산법 개정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받은 이화여대 도산법연구센터는 이를 위해 우선 '기존 경영진 유지제도(DIP)'를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즉 신청인이 중소기업일 때는 원칙적으로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도록 법에 명시하고 주주의 주식 강제 소각 및 신주 인수 금지 조항을 삭제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회생을 신청하는 기업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관리인을 선임하게 하고 기존 주주는 주식을 강제 소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영권 상실을 우려한 중소기업 경영자와 주주들은 회생 신청을 주저해 왔다. 박용석 에버그린 변호사는 "경영권과 지분을 잃을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회생 신청을 꺼려 자력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위험성이 큰 사업을 벌이다가 파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조기에 회생 절차를 이용하게 하려면 DIP제도를 보다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회생 신청 기업의 자금 조달이 원활하도록 회생 신청 후 지원된 신규 자금에 대해선 가장 먼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선순위 권리를 부여하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임치용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신규 자금이 우선순위 공익채권이 되면 돈을 떼일 염려가 거의 없게 돼 은행들이 돈을 빌려줄 수 있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회생 신청자들에 대해서는 5년으로 규정된 변제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회생 절차를 신청한 개인들은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모든 수입을 최장 5년 동안 갚아 나가고 있다. 이를 3년으로 줄여줄 경우 탕감받는 채무가 그만큼 많아져 회생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들도 회생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담보 채무는 면책을 받을 수 없어 돈을 갚지 못한 사람들의 집은 대부분 경매로 넘어갔다. 박 변호사는 "주택담보 채무는 상환 기간을 20년 정도로 늘려주는 방식으로 면책의 대상이 되게 해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법원의 판결을 받아 신청자뿐만 아니라 가족 및 특수관계인의 재산도 조회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행법은 신청자 본인의 재산과 신용만 조회할 수 있게 해 재산을 차명으로 숨기면 빚을 면책받을 수 있었다. 이 연구용역의 총책임자인 오수근 이화여대 교수는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법원의 판결을 거치면 엄격한 기준에 따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도산 절차의 도덕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