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소비자대상] 농심 '둥지냉면'‥1인분 단위 판매 '냉면 대중화' 4계절 '소비자 입맛' 사로잡아

지난 5월 출시된 농심 '둥지냉면'은 시원하고 깔끔한 입맛을 원하는 소비자를 사로잡아 월 평균 2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가정용 냉면 판매 시장의 2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여름철 음식으로 여겨지던 냉면이 추운 날씨에도 꾸준히 팔리고 있는 것은 물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먹을 수 있어 냉면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심은 먼저 냉면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냉면은 주로 식당에서 사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다. 또 기존 즉석냉면은 주부가 사서 끓여주는 형태로 시장 규모가 작아 냉면을 좋아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직접 사서 끓여먹기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상온에서 1인분 단위로 판매하는 냉면을 출시한 것.농심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라면 제조기술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건면 파스타 제조기술까지 접목시켰다. 2년 동안의 연구 기간에 둥지 모양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밀 144 t,메밀 5 t 등의 원료를 사용했다. 제품 120만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한 개의 제품을 만든다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렇게 개발한 '네스팅(Nesting) 공법'은 건면 형태이면서 냉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면발을 새 둥지처럼 말아 바람에 그대로 말린다는 사실에서 브랜드 이름도 따왔다. 면이 새의 둥지 모양과 같다고 해서 '둥지냉면'으로 이름 지은 것이다.

소비자 조사 결과 의외라는 반응이 높았지만 결과적으로 브랜드와 제품 특성이 잘 어우러져 초기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비결이었다.

둥지냉면은 출시 초기부터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광고 모델로 젊은층부터 주부층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는 가수 이승기를 내세워 기존 즉석냉면의 이용층인 주부뿐 아니라 젊은층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출시와 동시에 '놀러오세요,냉면의 숲'이라는 온라인 론칭 이벤트를 진행함으로써 브랜드와 연계한 간접 체험을 제공,젊은층이 '둥지냉면'이라는 브랜드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했다.

신제품은 대부분 맛이 검증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초기 구매에 부담을 느낀다. 이러한 초기 구매 부담을 줄이기 위해 둥지냉면은 매장 내 광고와 시음행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대형마트 내 PDP 등의 매체를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맛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동치미육수 시음행사를 실시했다.

둥지냉면은 고종 황제가 즐기던 궁중냉면을 전문가에게 자문해 개발한 것이다. '둥지냉면 물냉면'은 국산 배와 국산 무로 담근 동치미 육수를 사용해 시원하고 담백하며,'둥지냉면 비빔냉면'은 국산 배를 듬뿍 넣고 홍고추를 직접 갈아 만든 비빔장을 저온에서 7일간 숙성해 깔끔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기존 냉장유통 냉면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건면 제품을 개발한 것도 인기에 한몫했다. 농심은 '사시사철 둥지냉면'이라는 역발상 마케팅을 통해 냉면의 일상화를 주도하고 있다. 농심은 2009년을 '냉면 세계화의 원년'으로 정하고 둥지냉면의 세계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시장 수출을 확대해 한국 전통 면음식인 냉면의 세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