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두산의 입' 김진 사장 홍보업무 손 뗀다

두산 베어스 사장만 맡아 … 홍보실장엔 김병수 전무

두산그룹의 홍보 1세대로 20여년간 '두산의 입'으로 활동했던 김진 ㈜두산 사장이 홍보업무에서 손을 뗀다. 앞으로는 그동안 홍보업무와 병행했던 두산 베어스 야구단 운영에만 전념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인사발령을 내고 김 사장 후임에 김병수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실장을 홍보실장(전무)으로 선임했다. 서울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1978년 오비맥주에 입사해 지방에서 영업을 맡다가 1984년 두산그룹 기획조정실 홍보부 과장으로 발령나면서 홍보업무와 인연을 맺었다. 1992년 오비맥주 포항지점장을 지내며 잠시 홍보일과 떨어졌지만 1994년 두산그룹 홍보부장으로 다시 돌아와 최근까지 '두산의 대변인' 역할을 수행했다.

두산그룹이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글로벌 중공업 업체로 성장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만큼 김 사장도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사건과 그룹의 구조조정,외환위기,창업 3세대 경영권 분쟁 등 두산그룹이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언론과의 접점엔 항상 김 사장이 있었다.

김 사장은 고비마다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해 홍보업무를 무난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1997년 홍보실 이사에 이어 2003년 홍보실 부사장,2005년 홍보실 사장까지 승진을 거듭했다. 이때부터 두산 베어스 사장도 겸임했다. 홍보맨이 최고경영자(CEO)인 사장 자리에 오른 것은 국내 대기업 홍보담당자 가운데 김 사장이 처음이었다. 2003년엔 '올해의 PR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2005년 이후 홍보실 총괄 임무 외에 두산 베어스 야구단 운영 업무까지 맡은 김 사장은 여러 차례 구단을 한국시리즈로 끌어올리며 구단 경영자로서의 역량도 입증했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김 사장은 홍보업무를 떠나는데 대해 "시원섭섭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그동안 두산의 성장에 조그만 보탬이 됐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김병수 전무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경제신문사에 입사해 경제부 금융팀장을 지냈다. 이후 한겨레신문사로 옮겨 경제부장과 편집국 부국장,논설위원실장을 역임하는 등 경제 및 산업분야 전문 기자로 활동해 왔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