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돈 빌려줘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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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주택보증에서 보증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K씨는 요즘 금융회사 대출담당자들에게서 몰려오는 문의전화를 받느라 바쁘다. 내용은 대부분 "A건설사에서 B사업에 대해 대출을 해달라는데 해줘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냐"는 것.K씨가 "그건 당신들이 알아서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주택보증이 무슨 기업정보 판매하는 곳이냐"고 응수해도 "그러지 말고 좀 알려달라"고 애원하며 전화기를 쉽사리 내려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 K씨는 "건설사업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돈을 빌려주던 은행 등 금융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뒤늦게 대출심사를 엄격히 하려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며 혀를 찼다.
그는 또 "금융회사들이 주택사업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지방에서 아파트 공사를 벌이던 한 건설사가 공정률 98%의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완공승인을 받기 위한 행정절차에 들어가는 비용 15억원이 부족해 완공을 못하고 있었다. 대한주택보증의 K씨는 해당 사업에 400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준 은행에 "현재 아파트 사업이 사고처리되면 은행이 돈을 모두 날리게 된다. 15억원을 지원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그러나 해당 은행의 지점장은 "우리가 왜 돈을 지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거절했다. 결국 주택보증은 사업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시공자를 바꾸고 원하는 입주 예정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반납해주는 '보증 사고처리'를 했고,보증금이 모두 반납에 쓰이면서 은행은 400억원을 고스란히 떼이게 됐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지점장이 "정말 400억원을 못 받는 것이냐,한번만 살려달라"고 주택보증에 애원했지만 상황은 이미 끝난 뒤였다.
건설사에 돈을 빌려줄지 말지의 선택은 전적으로 금융사의 재량이다. 이를 통해 얻는 수익이나 손실 모두 해당 금융사가 감당할 문제다.
금융사들은 대주단 협약을 통해 건설사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까지 올라 있다. 일각에서는 대주단에 가입한 건설사에 대한 금융사의 경영간섭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이번에는 주택보증에 물어보지 말고 알아서 현명하게 판단하길 바란다.
임도원 건설부동산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그는 또 "금융회사들이 주택사업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지방에서 아파트 공사를 벌이던 한 건설사가 공정률 98%의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완공승인을 받기 위한 행정절차에 들어가는 비용 15억원이 부족해 완공을 못하고 있었다. 대한주택보증의 K씨는 해당 사업에 400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준 은행에 "현재 아파트 사업이 사고처리되면 은행이 돈을 모두 날리게 된다. 15억원을 지원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그러나 해당 은행의 지점장은 "우리가 왜 돈을 지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거절했다. 결국 주택보증은 사업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시공자를 바꾸고 원하는 입주 예정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반납해주는 '보증 사고처리'를 했고,보증금이 모두 반납에 쓰이면서 은행은 400억원을 고스란히 떼이게 됐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지점장이 "정말 400억원을 못 받는 것이냐,한번만 살려달라"고 주택보증에 애원했지만 상황은 이미 끝난 뒤였다.
건설사에 돈을 빌려줄지 말지의 선택은 전적으로 금융사의 재량이다. 이를 통해 얻는 수익이나 손실 모두 해당 금융사가 감당할 문제다.
금융사들은 대주단 협약을 통해 건설사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까지 올라 있다. 일각에서는 대주단에 가입한 건설사에 대한 금융사의 경영간섭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이번에는 주택보증에 물어보지 말고 알아서 현명하게 판단하길 바란다.
임도원 건설부동산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