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 기사 편집권 있나' 공개변론 공방

30代 남자, 포털상대 명예 훼손 청구 소 송계기
원심선 '위자료 지급' 판결… "삭제 의무 있다" 반론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기사 편집권이 있는지,있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가 대법원 공개변론대에 올랐다. 대법원은 18일 오후 2시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포털에 기사 편집권이 있는지와 블로그 등 포털과 연계된 사이트 게시물에 대한 삭제 권한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A씨(여)가 2005년 남자친구 김모씨와 헤어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자 A씨의 어머니는 딸의 미니홈피에 '김씨가 딸과 성관계를 가진 뒤 딸이 임신하자 헤어졌고 딸이 자살했다'는 글을 올렸다. 네티즌 사이에 사연이 퍼지면서 김씨의 각종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또 네이버와 네이트 등 포털에 관련 뉴스가 게시됐고 포털과 연계된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에도 기사가 스크랩됐다. 그러자 김씨는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SK커뮤니케이션즈,야후코리아 등 포털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번 공개변론의 쟁점은 △포털사이트가 기사에 대한 편집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포털이 블로그나 커뮤니티의 게시물에 대한 삭제 의무가 있는지 여부다. 김씨 측 참고인인 박용상 변호사는 "포털 측은 하루 1만건 이상 송부되는 기사 중 일부만 선택해 올리기 때문에 주제별 뉴스란에 관련 기사가 올라간 것은 포털사이트의 뉴스가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편집행위가 있었다"며 "블로그나 커뮤니티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검색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고 측 참고인인 정상조 서울대 교수는 "주제별 뉴스란 서점에서 책을 베스트셀러별로 배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김씨로부터 구체적인 삭제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삭제 의무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정 교수는 명예훼손과 관련해선 포털 측의 의무를 명시한 법규가 없기 때문에 관련 법규를 먼저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원심은 "해당 게시물로 인해 명예가 훼손된다는 사실을 포털사이트가 인식할 수 있는 만큼 게시물을 삭제했어야 했다"고 판단해 업체별로 김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한 법원의 견해나 규정 법률은 아직 없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날 "포털 화면에 나타나지 않은 게시물에 많은 댓글이 달릴 수 있느냐"고 질문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최창규 인턴(한국외대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