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버틸만큼 버텼다"…두달동안 감산

자동차업계 수요급감에 57만t 줄이기로
원료 수입량줄이고 철강제품 재고도 축소


포스코가 자동차업체들의 냉연강판 수요 급감 등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짐에 따라 사상 첫 감산에 들어간다. 창립 40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 중국 미국 등 주요국 철강업체들이 일제히 감산 및 '고로가동 중단'이라는 카드를 빼든 데 이어 포스코마저 '버티기'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철강 시황이 최악의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 1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포스코가 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포스코,총 57만t 감산

포스코는 18일 경기침체와 더불어 국내 자동차 가전 조선 등 철강 수요산업의 가동률 하락에 따른 수요 급감에 따라 감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감산 규모는 이달 20만t,내년 1월 37만t 등 총 57만t 이다. 이중 고로의 쇳물 감산을 통한 철강제품 감산량은 40만t가량이다. 포스코는 감산 계획에 따라 향후 원료 수입량을 줄이고 원료 재고 규모 역시 축소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 감산 조치에 따라 연초 대비 120만t 늘어난 국내 철강제품 재고가 어느 정도 덜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의 이번 감산 규모는 연간 철강제품 생산량인 3200만t에 비하면 큰 규모는 아니지만,포스코가 설비가동 이래 첫 감산에 들어가는 것이어서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포스코는 외환위기가 덮친 1990년대 말에도 감산을 하지 않았었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주요 철강회사들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에 대응해 이미 지난 11월부터 본격적인 감산체제에 돌입한 데다,국내 수요산업의 침체가 예상보다 깊어지고 철강제품 재고가 가파르게 불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1분기 포스코의 실적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1분기에는 철강재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반면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원재료는 올해 계약한 비싼 가격에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한계 도달한 '버티기'

포스코 직원들은 그동안 회사 자랑을 할 때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마지막에 망할 철강기업"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원가경쟁력이 높고 품질이 우수하다는 얘기다. 그동안 실물경기 침체 여파 속에서도 국내외 철강업계 감산 명단에서 포스코만 빠져 있는 이유였다. 포스코가 그동안 감산 대열에 동참하지 않은 가장 큰 힘은 낮은 가격이었다. 포스코가 만드는 후판(선박 건조용 강재)은 t당 92만원인데 비해 동국제강 제품은 141만원에 달할 정도다. 감산을 하지 않더라도 가격을 지탱할 수 있는 여력이 큰 셈이다. 내수시장도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포스코라도 마냥 버틸 수만은 없었다.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전방산업이 일제히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기존의 생산량을 계속 밀어붙이기는 힘든 상황이 온 것이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이미 지난 4일 포스텍 국제관에서 열린 범 포스코 가족혁신축제인 'IF(innovation festival) 2008' 행사에 참석,"최악의 상황에서는 감산을 각오해야 한다"며 감산조치를 시사한 바 있다.

◆전방위 감산 도미노

이제 철강업계의 감산은 뉴스가 아닐 정도다. 포스코의 감산도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얘기다. 유럽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모든 철강기업이 이미 생산량 감축 대열에 동참했다. 감산폭도 크다.

미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 미국 철강기업의 조강생산량은 119만7000t으로 전주에 비해 11.2% 줄어들며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장 가동률은 50.2%로 198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신일본제철은 최근 200만t 규모의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신일본제철 포스코 등과 함께 세계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JFE도 감산량을 당초 50만t에서 150만t으로 추가 확대했다.

급기야 용광로 가동을 중단하는 '휴풍(休風)'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철광석을 녹이기 위해 용광로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 작업이 잇달아 중단되고 있다. US스틸 등에 이어 최근엔 JFE 고베철강 등 일본 업체도 휴풍 대열에 합류했다. 이 같은 대규모 감산의 가장 큰 이유는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서다. 영국 철강 정보서비스업체인 MEPS에 따르면 지난 달 세계 철강재 가격은 평균 15% 떨어졌다. 잇따른 감산에도 불구하고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 추가 감산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안재석/장창민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