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때 광고비 늘린 기업, 경기회복기 매출 3배이상 늘었다

#사례.웅진코웨이는 1998년 4대 매체(신문ㆍ방송ㆍ라디오ㆍ잡지)에 정수기 광고로 22억원,이듬해 66억원을 쏟아부었다. 값비싼 정수기를 빌려 쓰는 '렌털서비스'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2년간 23만명의 회원을 유치,1997년 말 30% 초반이던 시장점유율을 2000년초 50%까지 높였다.

제일기획이 21일 불황 속에 기업들의 불안감을 역발상 마케팅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불황기 마케팅 성공전략 3훈(訓)'이란 보고서를 내놔 눈길을 끈다. 1997년 기준 광고비 상위 200개 기업의 외환위기 기간(1998~1999년) 광고비 투자와 그에 따른 2002년까지의 매출 추이와 마케팅 전략을 실증 분석한 것.보고서에 따르면 광고비를 10% 이상 늘린 기업들은 1997년 매출을 100으로 볼 때 침체기에도 매출이 1998년 179,1999년 219로 2배로 급증했고 회복기인 2000년 262,2001년 313,2002년 346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광고비를 10% 이상 줄인 기업들은 침체기 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회복기에도 110대에 머물러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외환위기 때 매출 증대로 시장판도를 바꾼 기업들의 공통점은 경쟁사들과 반대로 움직여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허원구 제일기획 국장은 "강한 기업은 불황에 살아 남는 기업이 아니라 불황을 이용하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제일기획은 이같은 역발상 마케팅을 △발상 전환을 통해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상전벽해(想轉碧海)'(웅진코웨이,바카스) △경쟁사의 위축을 역이용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는 '고장강명(孤掌强鳴)'(맥심,삼성화재) △가격 인하와 반대로 가는 프리미엄 마케팅인 '고급감래(高級甘來)'(지펠) 등 3가지 유형으로 정리했다. 동아제약 '박카스'는 노후한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마케팅 타깃을 20대로 전환,1998~1999년 광고비로 총 91억원을 썼다. 그 결과 1999년 박카스 매출이 1997년보다 14%,동아제약 전체 매출은 18% 각각 늘었고 2001년부턴 20대 고객이 40대보다 많아졌다.

동서식품 '맥심'은 1998,1999년 연 평균 광고비를 1997년보다 30% 늘린 203억원이나 썼다. 이에 따라 1997년말 57%이던 점유율이 1999년 64%로 높아지며 커피시장 1위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삼성화재도 1999년 광고비를 1997년의 두 배인 81억원으로 늘려 점유율을 25.9%에서 30.8%로 높였다.

1997년 국내 최초로 양문형 냉장고 '지펠'을 출시한 삼성전자는 고가 전략과 함께 1998년10월부터 14개월간 광고비로 60억원 넘게 쓴 결과 1999년 23만대,2000년 31만대를 파는 히트상품이 됐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