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아침] 오바마,자동차업계 지원조건 바꿀 수도

GM과 크라이슬러 노조는 임금삭감 거부

미국 정부가 지난 주말 GM과 크라이슬러에 총 174억달러의 긴급 구제금융을 지원했습니다.하지만 이는 몇달 간만 연명할 수 있는 한시적인 자금 지원입니다.두 회사의 운명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주목할 것은 부시 대통령이 174억달러를 일단 지원하기로 하면서 회사측에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내건 대목입니다.정부 마음에 드는 구조조정 방안을 내년 3월31일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구제금융을 회수하겠다는 겁니다.특히 구조조정 안으로 노조가 희생을 감수해야 할 몫을 적시했는데,바로 임금삭감입니다.노조로서는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지요.

미국 정부는 미국내 일본 자동차공장에서 일하는 미국 근로자 수준으로 임금수준을 맞추라고 두 회사 노조에 요구하고 있습니다.이를 위해서는 노조가 시간당 평균임금을 28달러에서 24달러로 깎아야 한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계산입니다.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기본급에다 각종 수당을 포함할 경우 노조가 시간당 평균 30달러를 삭감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노조는 임금삭감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임금삭감을 받아들이면 항복문서를 쓰는 것이나 다름없어 노조의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고 보고 있습니다.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도 노조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어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은 “어떻게 해외기업이 미국 자동차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을 결정하느냐”고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차기 대통령,자금지원 조건 바꿀까 이같은 복잡한 사정을 감안하면 GM과 크라이슬러의 생사여탈권은 내년 1월20일 취임하는 버락 오바마 차기 대통령이 쥐고 있습니다.GM과 크라이슬러 노조의 임금삭감 여부를 담은 구조조정 방안을 보고 추가 지원을 할지,아니면 파산절차를 밟게 할 지 판단해야 하는 결정권자이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차기 대통령의 고민은 자동차 노조가 자신과,민주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이라는데 있습니다.미국 자동차노조인 UAW의 론 게텔핑거 위원장은 “반 노조적인 부시 대통령이 노조에 불리한 조건을 내걸었다”고 밝혔습니다.그는 “차기 의회를 장악할 민주당은 물론,오바마 정부와 협의해 불리한 조건을 삭제토록 하겠다”고 벌써부터 벼르고 있습니다.

오바마도 2010년까지 300만명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일자리를 보존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그런 만큼 GM과 크라이슬러에 대한 지원을 매몰차게 끊어버리고,대량 실직자를 양산할 파산으로 내몰기가 쉽지 않습니다.오바마 정권인수팀 일부에서 손쉬운 해결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같은 맥락입니다.부시 대통령의 구제조건은 의회가 승인한 법이 아니라,대통령령이기 때문에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 후 임금삭감 요구사항을 완화하거나 노조의 주장대로 아예 폐기하면 된다는 것입니다.물론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GM과 크라이슬러를 회생시키려면 앞으로 막대한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임금삭감을 비롯 뼈를 깎는 노조의 양보도 없이 국민들의 혈세를 더 쏟아붇는 것은 오바마에 분명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두 자동차 회사의 운명을 가를 정책적 판단에 따라 오바마 차기 대통령의 집권초기 리더십도 좌우되는 셈입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