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10년 좌파 그늘' 청산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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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관 이어 정체성 잇단 강조국가관 이어 정체성 잇단 강조
反시장법 조속처리 촉구 시각도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국가관,정체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부처 업무보고에서 공직자들에게 '확실한 국가관'을 주문한 데 이어 지난 22일 대선 선대위 직능단체 인사들과의 만찬자리에선 "정체성을 훼손하는 폭넓고 뿌리 깊은 상황이 있다,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까지 말했다. 좌편향 교과서 바로잡기,고위공직자 물갈이 흐름,국회 쟁점 법안 처리 등과 맞물려 발언 배경이 주목된다.
◆자유민주주의 근간 흔들려이 대통령의 정체성 관련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취임 초 3.1절 기념사에서 "이제 우리는 낡은 이념의 틀에 갇혀선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6월 미국산 쇠고기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한창일 땐 "국가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 폭력시위는 엄격히 대처해야 한다"고 비판했었다.
그러다가 '국가관'까지 언급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집권 1년차 동안 이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현 정부의 정치 철학을 설파했다"며 "그럼에도 교육 노동 등 각 분야뿐만 아니라 공직사회에서조차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10년간의 좌파적 그늘이 뿌리 깊게 남아 시장경제 및 법.원칙에 바탕을 둔 자유민주주의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데 따른 답답함을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를 토대로 하는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이 일부 세력에 의해 훼손되면서 국가이념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산분리 완화 및 출자총액제 폐지,신문.방송 겸영 허용,좌편향 교과서 바로잡기 등 현 정부의 대표적 정책들이 1년이 다 되도록 구체적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직결돼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인식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유지시키는 정체성인데 그동안 이 같은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일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건국 이후의 역사를 부끄러운 것처럼 폄하한다든가,반미 친북 반시장의 편향된 사관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또 "경찰에 대한 폭행과 테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권침해라는 편향된 시각으로만 보는 것도 한 예"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이념 투쟁을 벌이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법과 제도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공권력을 바로하며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확고히 세워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반시장,좌파법안 조속 처리
만찬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반시장적이고 좌파편향적 법안의 개정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이번 국회에서 정리해줘야 내년에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면서 민생을 위한 각종 정책을 제대로 펼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정의화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노선대로 잘 가기 위한 초석을 깔 수 있도록 국회가 적극 힘써 달라는 주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정책위는 반기업.반시장 법안을 다시 분류해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