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부담에 베어마켓랠리 시들

중소형 건설주 무더기 하한가

정부가 부실 건설사와 조선사를 내년 초에 퇴출키로 함에 따라 '구조조정'문제가 증시에 무거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여기에 은행들은 구조조정 고통을 나눠야 하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잇단 감산 등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있어 유동성 확대로 펼쳐졌던 '베어마켓 랠리(경기침체 속 반짝 상승)'가 시들해지는 양상이다. 24일 코스피지수는 15.80포인트(1.38%) 내린 1128.51에 장을 마쳐 사흘째 하락했다.

구조조정의 최우선 타깃으로 지목된 건설주와 조선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동양건설 벽산건설 삼호 서광건설 성원건설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하고, 풍림산업 남광토건 삼부토건 삼호개발이 10% 넘게 빠지는 등 중소형 건설주들은 대거 추락했다. 대형 건설사도 대림산업과 대우건설이 5% 이상 내렸고,GS건설과 금호산업이 3~4%대 하락률을 보였다.

조선주 중에선 대우조선해양이 8% 넘게 떨어져 하락률이 가장 컸고 STX조선과 한진중공업도 6% 안팎 하락했다. 이에 따라 조선주가 포함된 운수장비업종 지수는 3.71%나 내려 코스피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은행주도 기업 구조조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실채권에 대한 우려로 약세를 보였다. 우리금융이 5.76% 빠진 것을 비롯 KB금융 하나금융 신한지주 등이 동반 하락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선 당장은 아프더라도 버릴 것은 버리고,살릴 것은 살리는 식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원하는 반면 정부의 처리 속도가 빠르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도 "구조조정의 불확실성이 코스피지수 1200선 돌파 시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시 조정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베어마켓 랠리를 촉발시켰던 경기부양책 등으로 인한 기대감을 접고 눈앞의 우울한 현실을 직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날 자동차주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미국 자동차 '빅3'의 구조조정을 둘러싼 잡음과 쌍용차의 구조조정 갈등 여파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대우차판매 등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쌍용차는 장 막판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긴급 자원지원설이 돌면서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던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 업계에서도 구조조정이 이슈로 대두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도 이런 분위기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쌍용차는 물론이고 현대차 노조까지 비상경영을 반대하는 등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자동차 업계 구조조정에 따른 국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급감하고 있어 부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이 최대한 신속하게 이뤄져 살아남는 기업이 추려져야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증시가 반등을 위한 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경영/강지연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