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울룰루ㆍ카타주타] 우뚝 솟은 '호주의 배꼽' 546m 바위에 감탄 절로

보통의 호주 여행길은 해안지역에 한정돼 있다. 귀에 익숙한 관광 거점도시들이 거의 모두 해안에 접해 있는 까닭이다. 이들 도시를 벗어나 내륙쪽으로 조금만 깊숙이 들어가도 황량하기 그지없는 '아웃백'(호주의 오지)이 펼쳐지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호주 여행길엔 아웃백 탐험이 필수다. 해안풍경과 도시문화에,아웃백 탐험이 더해져야만 호주여행을 온전히 완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배꼽, 울룰루아웃백의 상징은 울룰루(에어즈록)다. 울룰루는 호주 대륙 정중앙의 사막지대에 자리한 작은 도시이며 거대한 바위산의 이름.끝없이 펼쳐진 진홍빛 모래사막과 그 사막 한가운데 홀로 우뚝한 바위산 풍경이 잠자고 있는 영혼을 일깨우는 그런 곳이다.

울룰루는 그 크기가 시선을 압도한다. 높이 348m,둘레 9.4㎞로 어디 하나 나뉜 데가 없다. 단일 바위로 세상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주변에 시야를 가리는 게 없어 더욱 커보이는 울룰루는 9억 년 전 형성됐다고 한다. 지반이 침하되고 바닷물이 들어왔다 빠지기를 반복하면서 퇴적물이 층층이 쌓였고,거대한 지각변동은 이 퇴적층을 위로 솟구치게 했다. 이후 빗물에 연약한 지반이 씻기고 쓸렸고 바람까지 가세한 풍화작용으로 단단한 부분인 울룰루만 남게 된 것.

울룰루는 붉은 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전체가 벌겋게 보인다. 바위 표면의 철분이 공기중의 산소와 결합해 산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녹이 슨 쇠붙이 파편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바위거죽이 파편이 되어 무너져 내리기도 하는 울룰루는 맑은 날 일출과 일몰 때 더 붉게 타오른다. 이 시간대에 태양의 붉은 빛 산란이 활성화돼 한층 진한 핏빛으로 물드는 것이라고 한다. 울룰루는 이지역 아보리진인 '아낭우'의 성역이기도 하다. 태고적부터 이어져온 그들의 종교와 사회,윤리체계와 관련된 바위그림들이 남아 있다. 아보리진 문화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사진촬영 각도까지 통제하기도 한다. 정상등반은 허용하고 있다. 등반로는 딱 하나. 그리 높지 않지만 바위표면을 타고 오르는 길이어서 만만히 볼 수는 없다. 특히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조심해서 올라야 한다. 바람의 세기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등반로를 아예 닫기도 한다.


여성스런 바위산, 카타주타

울루루에서 서쪽으로 42㎞쯤 떨어진 곳에 카타주타(올가산)가 있다. 아보리진 말로 '많은 머리'를 뜻하는 바위산이다. 바위 하나로 된 울룰루와는 달리 최고 높이 546m인 36개의 바위가 한 데 모여 있다. 그 모습이 아기자기해 울룰루를 남성,카타주타를 여성에 비유하기도 한다. 카타주타는 울룰루와 같은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성분은 다르다. 굵은 자갈을 섞은 콘크리트 더미가 굳은 것 같다. 우리나라 진안의 마이산과 비슷하다. 다만 철분이 많아 표면이 벌겋게 보이는 것만 다르다. 그래서 울룰루처럼 일출과 일몰 때의 색 변화가 장관을 이룬다.

바위와 바위 사이 계곡에 트레킹 길이 나 있다. 올가계곡과 바람의 계곡 트레킹 길이 유명하다. 특히 북쪽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7.4㎞ 바람의 계곡 트레킹 코스는 중간 두 개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울룰루와 달리 어머니 품 같은 푸근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울룰루와 카타주타는 하나의 국립공원으로 입장권을 끊으면 3일간 자유로이 둘러볼 수 있다. 렌트카를 이용해도 되고 다양하게 준비돼 있는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과 함께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도 있다. 공원 안에는 아보리진의 생활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센터도 있다.

아보리진의 정신적 고향, 카카두국립공원

다윈에서 동쪽으로 25㎞쯤 떨어져 있는 카카두국립공원은 아보리진의 정신적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 200㎞,동서 100㎞로 우리나라 경상북도 크기와 맞먹는 이공원에서는 자연의 수많은 얼굴을 감상할 수 있다.

옐로 워터가 카카두국립공원의 심장부에 해당한다. 작은 배에 몸을 싣고 유유자적 유람할 수 있어 좋다. 수면 위에 둥둥 떠 있는 분홍빛 연꽃과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새 그리고 이름 모를 나무들과 조화 속에서 호주 생태계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물 아래에서 조용히 떠오르는 야생 악어와 멀리서부터 점점 커지며 다가오는 독수리의 출현도 뜻밖의 선물.무엇보다 노을 풍경을 빼놓을 수 없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 하늘은 물론 물도 황금빛으로 물들어 이름 그대로 옐로 워터가 된다.

김재일기자 kjil@hankyung.com

[여행 Tip]

울룰루와 카타주타는 호주 노던테리토리특별구의 내륙 중심부에 속하는 레드센터 지역에 있다. 시드니,브리즈번,멜버른 등지에서 콴타스나 버진블루 같은 호주 국내선을 타고 들어간다. 시드니에서의 비행시간은 3시간 정도.울룰루 커넬란공항에서 5㎞ 떨어진 곳에 있는 에어즈록리조트가 좋다. 특급호텔급 객실,장기체류형 콘도,배낭여행객을 위한 캠핑장에 자체 발전설비와 소방서,우체국 등 도시기능을 갖추고 있다. 공항에서 무료셔틀버스가 출발한다. 울룰루가 바라보이는 롱지튜드131 리조트는 캠핑 기분을 즐길 수 있는 텐트형 5성급 리조트.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들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울룰루,카타주타의 속살을 느낄 수 있다. AAT킹스나 디스커버리 에코 투어스를 통해서도 현지여행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호주정부관광청 한국지사(02)399-6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