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해법 못찾는 쌍용차 노사

장쯔웨이 상하이자동차(SAIC)그룹 부회장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저녁 급히 한국을 찾았다. 모두가 아기 예수 탄생을 축복하고 있던 밤이지만,그로선 인천공항의 화려한 트리 불빛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2005년 상하이차가 인수한 쌍용자동차가 판매 급감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생사기로의 벼랑 끝에 서 있는 탓이다.

한 때 쌍용차 대표를 맡기도 한 그는 이 회사의 경영현황을 꿰뚫고 있었겠지만,서둘러 쌍용차의 중국인 경영진들을 만나 최근 경영상황과 노사대립 현황 등에 대해 숙의했다. 쌍용차의 긴급 자금지원 요청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거절하면 인수대금 5900억원 중 적어도 3분의 2는 날려야 한다. 쌍용차에 따르면 그는 "은행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도와주고,감원 및 급여 삭감 등을 포함하는 구조조정에 노조가 협조해야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는 원칙론 만을 언급했다. 아무리 대주주라지만,2005년 인수 후 지난 한 해를 제외하곤 계속 적자를 봐왔고,내년엔 더 어려워질 게 뻔한데 '밑빠진 독에 물붙기' 식으로 마냥 돈을 투입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25일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아직 정식 출범도 안한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의 신임 집행부가 설치한 농성 천막이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서 있었다. 노조는 "현재의 위기는 상하이차가 약속한 투자는 않고 기술을 빼가는 데만 열을 올렸기 때문인데,이제와서 고통을 직원들에게만 전가한다"며 임시 휴업조치와 12월 급여 지급 및 복지혜택 일시 중단조치 등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이제 기술을 가져갈 만큼 가져갔으니 여차하면 철수해 버리겠다고 윽박지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항변했다. 노조는 지금 쌍용차가 상하이차로 인수된 후 이뤄진 기술유출 실태를 완전히 까발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장쯔웨이 부회장은 26일 지식경제부 차관을 만나 정부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다. 주거래 은행인 산업은행도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조와 직접 대화하기 위한 일정을 잡았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세밑에 쌍용차 노사는 이렇듯 한치 양보없이 낭떠러지를 향해 내닫고 있다.

김수언 산업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