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전셋집…임차인 내부수리비 요구는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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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自費로 전세권설정 등기까지
보증금 걱정되면 보험가입 등 대비를
서울 및 수도권 신규 입주 아파트 물량이 올해 크게 늘어난 반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세 수요가 크게 줄면서,전셋값이 떨어지고 전셋집이 남아도는 '역(逆)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및 수도권 신규 입주 아파트 물량은 10만9900여가구로 지난해 9만2800여가구보다도 약 18% 증가했다. 전세 세입자들은 전셋집이 모자라고 전셋값이 뛰는 '전세난' 때와는 정반대로 골라가며 집을 구할 수 있게 됐다. 일선 부동산공인중개사들과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역전세난 시대에 세입자들은 선택폭이 넓어진 만큼 집주인들에게 임차인으로서 합리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들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셋집을 구할 때최근 전세시장은 임차인 우위의 역전세난을 맞아 집주인들이 직접 비용을 들여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해주는 사례까지 생겼다.
서초구 반포동 신한공인 김신홍 대표는 "예전 집주인들은 전세권 설정 등기 등을 요구하는 깐깐한 세입자들과는 계약을 안 하거나 하더라도 등기 설정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며 "얼마 전 전세권 설정 등기를 요구하는 임차인에게 집주인이 직접 비용을 부담해가며 등기를 해주겠다고 해 계약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내부 수리 등 기본적인 요구사항도 챙겨야 한다. 전셋값이 최근 1~2개월 사이 큰 폭으로 떨어진 분당지역 내 이매동 삼성공인 안한선 대표는 "요즘에는 전세 계약하기 전 도배,장판 및 화장실 수리 등 내부 인테리어 개선 공사 요구는 기본"이라며 "전셋집을 구할 때 중개사에게 조금이라도 임차인이 얻을 수 있는 더 좋은 조건이 없는지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셋집에서 나갈 때
계약 만기가 다가와 이사를 해야 하는데 전세는 안 나가고,집주인은 돈이 없다고 버틸 때는 만기 전에 재계약을 안 하겠다는 뜻을 집주인에게 내용 증명으로 통보하는 것이 좋다. 이 때 보증금을 제 때 돌려주지 않아 발생하는 대출이자 등 비용을 집주인에게 청구할 것이란 내용도 명시해야 한다. 향후 보증금 반환이나 손해 배상 청구소송에서 훨씬 유리하다. 어쩔 수 없이 보증금 일부만 돌려받고 이사를 갈 상황이 생겼다면 '언제까지 보증금을 돌려주겠다'는 차용증을 받아두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전출하기 전,임차권 등기나 근저당 설정을 해야 한다. 전세 계약 때 확정일자를 받았더라도 전출하는 순간 대항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집주인이 전출을 먼저 해 주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하는 경우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며 "전출을 하게 되면 보증금을 회수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조언한다. 또한 임차권 등기나 근저당 설정을 한 뒤에 전출한다고 해도 은행에서 등기나 근저당을 이유로 대출을 안 해줘 보증금 반환이 어렵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집주인의 다른 주택 등 재산에 가압류를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전세 계약을 이미 한 후
역전세난 시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상황이 염려된다면 보험 가입을 통해 위험을 제거할 수도 있다. 주거용 주택 또는 상업용 점포의 전세 세입자로서 '전세금보장보험'에 가입하면 해당 주택 또는 점포가 경매,공매,전세계약의 해지 및 종료 후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할 경우에 보험회사로부터 대신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현재 서울보증보험(www.sgic.co.kr)에서 이 상품을 취급한다. 가입요건은 주택의 경우 임대차계약 1년 이상 계약자에 한하며 △아파트는 전세보증금 전액 △단독ㆍ다가구 주택은 임대차 계약서상 임차 보증금액의 80% 이내 △연립ㆍ다세대주택은 임차보증금액의 70%이내 금액을 보장받을 수 있다. 보험가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보험회사가 세입자에게 우선 보증금을 지급하고 세입자 대신 대위권을 행사해 금액을 추후 확보하는 구조다. 때문에 전셋집에 근저당이나 선순위 채권 등이 주택가액을 초과해 설정돼 있으면 가입할 수 없다.
보험료는 보험가입금액에 단일 보험요율(0.375%)과 임대차기간(년)을 곱해 산출한다. 예컨대 전세 1억원짜리 아파트를 2년간 전세계약한 세입자는 75만원(1억원×0.375%×2년)을 보험료로 내면 된다. 서울보증보험 마케팅팀 관계자는 "기한 만료 후 살던 집에 다른 전세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손쉽게 전세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전세금보장보험 문의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며 "역전세난 시대에 관심을 가져볼 만한 보험 상품"이라고 말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
보증금 걱정되면 보험가입 등 대비를
서울 및 수도권 신규 입주 아파트 물량이 올해 크게 늘어난 반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세 수요가 크게 줄면서,전셋값이 떨어지고 전셋집이 남아도는 '역(逆)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및 수도권 신규 입주 아파트 물량은 10만9900여가구로 지난해 9만2800여가구보다도 약 18% 증가했다. 전세 세입자들은 전셋집이 모자라고 전셋값이 뛰는 '전세난' 때와는 정반대로 골라가며 집을 구할 수 있게 됐다. 일선 부동산공인중개사들과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역전세난 시대에 세입자들은 선택폭이 넓어진 만큼 집주인들에게 임차인으로서 합리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들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셋집을 구할 때최근 전세시장은 임차인 우위의 역전세난을 맞아 집주인들이 직접 비용을 들여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해주는 사례까지 생겼다.
서초구 반포동 신한공인 김신홍 대표는 "예전 집주인들은 전세권 설정 등기 등을 요구하는 깐깐한 세입자들과는 계약을 안 하거나 하더라도 등기 설정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며 "얼마 전 전세권 설정 등기를 요구하는 임차인에게 집주인이 직접 비용을 부담해가며 등기를 해주겠다고 해 계약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내부 수리 등 기본적인 요구사항도 챙겨야 한다. 전셋값이 최근 1~2개월 사이 큰 폭으로 떨어진 분당지역 내 이매동 삼성공인 안한선 대표는 "요즘에는 전세 계약하기 전 도배,장판 및 화장실 수리 등 내부 인테리어 개선 공사 요구는 기본"이라며 "전셋집을 구할 때 중개사에게 조금이라도 임차인이 얻을 수 있는 더 좋은 조건이 없는지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셋집에서 나갈 때
계약 만기가 다가와 이사를 해야 하는데 전세는 안 나가고,집주인은 돈이 없다고 버틸 때는 만기 전에 재계약을 안 하겠다는 뜻을 집주인에게 내용 증명으로 통보하는 것이 좋다. 이 때 보증금을 제 때 돌려주지 않아 발생하는 대출이자 등 비용을 집주인에게 청구할 것이란 내용도 명시해야 한다. 향후 보증금 반환이나 손해 배상 청구소송에서 훨씬 유리하다. 어쩔 수 없이 보증금 일부만 돌려받고 이사를 갈 상황이 생겼다면 '언제까지 보증금을 돌려주겠다'는 차용증을 받아두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전출하기 전,임차권 등기나 근저당 설정을 해야 한다. 전세 계약 때 확정일자를 받았더라도 전출하는 순간 대항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집주인이 전출을 먼저 해 주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하는 경우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며 "전출을 하게 되면 보증금을 회수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조언한다. 또한 임차권 등기나 근저당 설정을 한 뒤에 전출한다고 해도 은행에서 등기나 근저당을 이유로 대출을 안 해줘 보증금 반환이 어렵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집주인의 다른 주택 등 재산에 가압류를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전세 계약을 이미 한 후
역전세난 시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상황이 염려된다면 보험 가입을 통해 위험을 제거할 수도 있다. 주거용 주택 또는 상업용 점포의 전세 세입자로서 '전세금보장보험'에 가입하면 해당 주택 또는 점포가 경매,공매,전세계약의 해지 및 종료 후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할 경우에 보험회사로부터 대신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현재 서울보증보험(www.sgic.co.kr)에서 이 상품을 취급한다. 가입요건은 주택의 경우 임대차계약 1년 이상 계약자에 한하며 △아파트는 전세보증금 전액 △단독ㆍ다가구 주택은 임대차 계약서상 임차 보증금액의 80% 이내 △연립ㆍ다세대주택은 임차보증금액의 70%이내 금액을 보장받을 수 있다. 보험가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보험회사가 세입자에게 우선 보증금을 지급하고 세입자 대신 대위권을 행사해 금액을 추후 확보하는 구조다. 때문에 전셋집에 근저당이나 선순위 채권 등이 주택가액을 초과해 설정돼 있으면 가입할 수 없다.
보험료는 보험가입금액에 단일 보험요율(0.375%)과 임대차기간(년)을 곱해 산출한다. 예컨대 전세 1억원짜리 아파트를 2년간 전세계약한 세입자는 75만원(1억원×0.375%×2년)을 보험료로 내면 된다. 서울보증보험 마케팅팀 관계자는 "기한 만료 후 살던 집에 다른 전세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손쉽게 전세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전세금보장보험 문의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며 "역전세난 시대에 관심을 가져볼 만한 보험 상품"이라고 말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