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장봉영 한국운용 본부장 "펀드 반토막? 선물투자 '리버스펀드'로 웃었죠"

주식형 펀드는 올해 최악의 성적을 냈다.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대부분 국내외 펀드의 자산이 3분의 1토막 났기 때문이다.

반면 증시 급락으로 웃고 있는 펀드도 있다. 리버스 펀드가 그렇다. 고객이 맡긴 돈을 모두 증시가 하락하는 방향으로 선물과 옵션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올 들어 30~40%대의 수익을 내고 있다. 장봉영 한국투신운용 시스템운용본부장(사진)은 리버스 펀드를 비롯해 인덱스 파생상품 등 주로 선물을 편입하는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매니저다. 2001년부터 국민연금에서 4조8000억원 규모의 인덱스 파생상품을 운용하다 "보다 공격적인 운용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로 작년 10월 한국투신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장 본부장은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운용 경력만 8년째인 베테랑이다. 그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한국부자아빠엄브렐러리버스인덱스파생상품'의 올초 이후 수익률도 지난 24일 기준으로 49%를 넘고 있다. 다른 리버스 펀드의 평균보다 소폭 높은 수익률이다.

장 본부장은 "리버스 펀드들은 통상 자산의 80%가량을 선물 옵션에 투자하는데,한국부자아빠리버스의 경우는 90% 이상으로 이 비율을 높였다"며 "여러 개의 펀드에서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엄브렐러 펀드 안에 있기 때문에 하락률을 그대로 반영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리버스 펀드는 주로 선물을 이용해 수익을 낸다. 코스피200지수 선물을 매도함으로써 지수 상승에 따른 차익을 얻는 것이다. 장 본부장 역시 주식시장보다는 선물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선물시장은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거물급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로 스켈핑(초단타 매매)과 '양매도'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장 본부장은 그러나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스켈핑과 양매도 전략을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보통 기관투자가들도 하루에 선물 옵션을 한 번만 매매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는 하루종일 장의 변동성을 따라가기도 힘들 뿐 아니라,초단타 매매를 하는 것과 방향성에 베팅하는 쪽의 한 달 수익률을 비교하면 결국 비슷하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스켈핑은 투입하는 노력 대비 이익이 크지 않고,'콜옵션'(해당 지수를 살 수 있는 권리)과 '풋옵션'(해당 지수를 팔 수 있는 권리)을 동시에 매도하는 양매도 전략은 기대 수익률이 낮고 투자금이 많이 필요해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선물 투자에 유용한 방법으로 '8자형 매매' 기법을 소개했다. 종이에 삼각형을 그리고 그 위에 거꾸로 된 삼각형을 하나 그려 이에 따라 매수 및 매도량을 맞추는 방법이다. 자신이 예상하는 수준 이상으로 지수가 떨어지면 삼각형의 넓이만큼 매수를 늘리고,오르면 삼각형의 넓이에 맞춰 매도를 늘려가는 것이다. 장 본부장은 "8자형 매매 기법을 사용하면 주가가 내릴수록 매입 물량이 늘어나 평균 매입 단가가 싸져 주가가 다시 조금만 올라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다만 이 경우 주가가 떨어지거나 오르는 추세일 수 있기 때문에 로스컷(손절매) 기준을 반드시 먼저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본부장은 또 선물 옵션 투자시 무엇보다 원칙을 지키라고 당부한다. 선물은 주식보다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6.7배나 높은 대표적인 레버리지(지렛대) 상품이며,특히 옵션은 투자 원금뿐 아니라 이론적으로 무한대의 손실을 낼 수도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선물 옵션 시장은 100번의 투자에서 99번의 이익을 계속 냈다 하더라도 마지막 한 번만 손실이 나면 그동안 번 수익을 모두 혹은 그 이상으로 토해냅니다. 걸리는 시간은 하루일 수도 있고,불과 몇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욕심이 생겨 수익분까지 모두 다시 투자하면 이론적으로 이길 확률은 계속 줄어듭니다. 수익이 날 때마다 다른 계좌로 옮길수록 이길 확률은 높아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장 본부장은 그래서 목표 수익률을 설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목표 수익률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만 해도 선물 투자로 집을 날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100만원으로 200만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선물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는 200만원이 될 때까지는 100만원을 모두 투입하다가 200만원을 넘기면 200만원을 모두 다른 계좌로 옮기고 나머지만 갖고 선물 투자를 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가 실패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는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를 '수급'으로 꼽고 있다. 경기가 좋아도 수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증시가 상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수급 동향만 살피고 있어도 시장을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장 본부장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주식형 펀드,프로그램 매매,ELS(주가연계증권) 등의 자금 유출입과 주식시장에서 매매 동향을 체크한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 효과만 믿고 '제로섬 게임'인 선물 옵션 시장에 들어오면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먼저 시장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박의 꿈을 접고 철저한 전략에 기반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자세가 가장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김재후 기자/사진=임대철 인턴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