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김종길 시인은…대학생때 英詩 '황무지' 번역…한학에도 능통한 영문학자

<설날 아침에>,<성탄제>,<고고>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김종길 시인은 영문학과 한학을 두루 섭렵했다. 그의 서재에 가면 영문학 관련 서적과 한문 서적이 빼곡하게 쌓여 있다.

중등학교 시절 일본어로 번역된 서양문학을 접하여 탐독했다는 그는 자신을 "문학아동이었고 문학소년이었다"고 표현했다. 194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T S 엘리어트의 시 <황무지>를 고려대 영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때 국내에 번역ㆍ소개해 학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후 고려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활발한 연구활동을 전개했고 영국 시인 겸 비평가인 윌리엄 엠프슨 등 영미권 작가 및 비평가들과도 교분이 있다. 한국 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활동도 활발하게 펼친 그는 고 김춘수 시인의 시편을 영역하는 작업도 했다.

한학에 대한 지식은 그의 성장 환경에서 유래한다. 안동에서 출생해 유학자 집안에서 자라난 그는 증조부에게 한문교육을 받아 《효경》 《소학》 등을 배웠다. 이때 한시도 접하고 한시를 써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가장 처음 접한 시가 한시고 그 뒤에 우리시 일본시 서양시를 만났기 때문에,아직도 동양시의 원류인 한시에 근원을 두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성장 배경은 그의 작품 세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평론가들에게 유교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 대해 그는 "의식적으로 유교를 내세우는 건 아니지만,유학은 체질적으로나 교양으로나 내 바탕을 이룬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 '종길'은 필명이다. 본래 집안에서 그의 이름을 '치규'로 지어서 호적에도 그렇게 올렸으나,선친이 항렬을 '길할 길'자로 바꿔야겠다고 해서 '종길'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 약력 >

△1926년 경북 안동 출생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문>이 당선되어 등단
△1992년 고려대 영문학과 교수 퇴임
△한국시인협회장 역임.현재 고려대학교 영문과 명예교수.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인촌문학상,대한민국예술원상 등 수상
△시집으로 《성탄제》,《하회에서》,《해가 많이 짧아졌다》,《해거름 이삭줍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