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는 갚지만 은행돈은…" 모럴해저드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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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귀금속 세공공장을 운영했던 배모씨는 사채 7000만원과 은행빚 2000여만원 때문에 지난해 5월 법원에 개인파산 신청을 했다. 배씨는 경남 창녕군에 2만5000평의 땅(약 5000만원)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신고재산목록에 이를 뺐다.
개인채권자인 김모씨에게 이를 넘겨주기로 했기 때문.그러나 김씨는 땅을 받고도 2000만원이 부족하다며 배씨가 재산을 숨겼을 것이라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배씨가 신고하지 않은 땅을 밝혀냈고 면책불허가 결정을 내렸다. 당시 배씨의 채권자 중에는 대형 은행도 있었지만 법원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사례 2.등산용품 대리점을 운영하던 박모씨(36ㆍ여)는 사채 등 3000여만원의 빚을 졌다. 박씨는 이 중 사채업자들에게서 빌린 1000만원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갚았다. 하지만 은행빚 2000여만원은 아예 갚지 않은 채 법원에 파산신청을 해 면책을 받았다.
개인파산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올 한 해 13만명 이상이 법원에서 면책허가를 받아 빚을 탕감받았다. 하지만 이 중 일부는 재산을 숨긴 채 파산을 신청한 '양심불량자'로 이들에 대한 채권자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지만 정작 은행들은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처리된 개인파산 면책사건 10만8382건 중 채권자가 이의신청한 사건은 7745건으로 이의제기율이 7.1%에 달했다.
그러나 4대 은행인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채권자에 포함된 면책사건 5만1192건 중 해당 은행이 이의를 제기한 것은 173건으로 이의제기율이 0.3%에 불과했다. IMF 당시 국민세금인 90조원가량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살아난 은행들이 돈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은행들이 대출금 회수를 소홀히 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이의제기를 해도 법원이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실제 올 11월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처리된 면책사건 4만1185건 중 채권자의 이의가 받아들여진 것은 1%가량인 406건에 불과했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재산신고를 누락하는 등 실질적인 면책불허가 사유가 있다는 것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일단 파산선고를 받은 채무자에 대해서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 관계자들은 채권자들이 재산조회 절차 등을 이용하지 않는 등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난 10월 말부터 시행된 전자재산조회 건수는 서울중앙지법에 단 13건의 신청이 들어왔다. 이 중 법원의 직권신청 7건을 제외하면 채권자의 신청은 6건에 불과했다. 특히 금융회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은행이 파산자들에 대해 '관대한'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돈을 떼여도 회계상으로 큰 불이익이 없기 때문.개인파산 신청자들의 채권은 개별적으로 보면 액수도 적고 연체단계에서 회계상으로 대손충당금으로 분류되므로 애써 찾지 않아도 은행으로서는 크게 아쉽지 않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시중 8개 은행의 대손상각액이 2007년에만 2조원에 달하는 등 막대해 이 중 일부만 되찾았어도 지금처럼 은행이 부실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
개인채권자인 김모씨에게 이를 넘겨주기로 했기 때문.그러나 김씨는 땅을 받고도 2000만원이 부족하다며 배씨가 재산을 숨겼을 것이라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배씨가 신고하지 않은 땅을 밝혀냈고 면책불허가 결정을 내렸다. 당시 배씨의 채권자 중에는 대형 은행도 있었지만 법원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사례 2.등산용품 대리점을 운영하던 박모씨(36ㆍ여)는 사채 등 3000여만원의 빚을 졌다. 박씨는 이 중 사채업자들에게서 빌린 1000만원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갚았다. 하지만 은행빚 2000여만원은 아예 갚지 않은 채 법원에 파산신청을 해 면책을 받았다.
개인파산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올 한 해 13만명 이상이 법원에서 면책허가를 받아 빚을 탕감받았다. 하지만 이 중 일부는 재산을 숨긴 채 파산을 신청한 '양심불량자'로 이들에 대한 채권자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지만 정작 은행들은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처리된 개인파산 면책사건 10만8382건 중 채권자가 이의신청한 사건은 7745건으로 이의제기율이 7.1%에 달했다.
그러나 4대 은행인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채권자에 포함된 면책사건 5만1192건 중 해당 은행이 이의를 제기한 것은 173건으로 이의제기율이 0.3%에 불과했다. IMF 당시 국민세금인 90조원가량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살아난 은행들이 돈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은행들이 대출금 회수를 소홀히 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이의제기를 해도 법원이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실제 올 11월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처리된 면책사건 4만1185건 중 채권자의 이의가 받아들여진 것은 1%가량인 406건에 불과했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재산신고를 누락하는 등 실질적인 면책불허가 사유가 있다는 것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일단 파산선고를 받은 채무자에 대해서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 관계자들은 채권자들이 재산조회 절차 등을 이용하지 않는 등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난 10월 말부터 시행된 전자재산조회 건수는 서울중앙지법에 단 13건의 신청이 들어왔다. 이 중 법원의 직권신청 7건을 제외하면 채권자의 신청은 6건에 불과했다. 특히 금융회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은행이 파산자들에 대해 '관대한'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돈을 떼여도 회계상으로 큰 불이익이 없기 때문.개인파산 신청자들의 채권은 개별적으로 보면 액수도 적고 연체단계에서 회계상으로 대손충당금으로 분류되므로 애써 찾지 않아도 은행으로서는 크게 아쉽지 않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시중 8개 은행의 대손상각액이 2007년에만 2조원에 달하는 등 막대해 이 중 일부만 되찾았어도 지금처럼 은행이 부실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