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조선 본계약 연기 이후의 과제

산업은행이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한화에 대한 대우조선해양 매각 계약과 관련해 매도인의 권리행사를 내년 1월30일까지 한 달간 유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화 측이 지난 26일 요구한 인수대금 잔금 납입시기 연장은 수용할 수 없지만,당초 오늘로 예정됐던 본계약 시기를 늦춰주겠다는 얘기다. 아직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를 하지 못한 한화의 입장을 감안하고,자칫 매각 무산에 따른 파장(波長)을 우려한 산은의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산은은 이와 함께 한화 측에 자체 자금조달 계획 제시를 요구하면서 한화그룹 보유 자산 매입 등 자금조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매각작업 성사를 위해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산은의 본계약 연기는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지만,불가피한 측면 또한 없지 않다. 대우조선 매각이 무산되면 그동안 이 회사에 1조원 이상을 투입했던 산은과 자산관리공사의 공적자금 회수가 당장 어려워지고,매각자금을 중소기업 지원에 사용하려던 계획도 물건너가게 된다. 앞으로 다른 원매자도 찾기 힘든 현실이고 보면,재매각에 소요되는 기간이 장기화되고 대우조선 가치는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하이닉스 현대건설 등 다른 대기업의 매각에도 차질이 빚어질 소지가 크다.

한화로서도 인수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의 합의를 그대로 준수하기 어려운 처지에 몰린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본계약을 위해 필요한 실사가 대우조선 노조의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고,상황이 너무 나빠진 탓이다. 당초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키로 했던 국내 금융회사들이 최근의 금융시장 경색으로 모두 발을 뺌으로써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것이다.

일단 본계약이 연기됐지만,여전히 대우조선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산은이나 한화 모두 이 문제에 대한 보다 슬기로운 해법(解法)을 강구해야 할 이유다. 무엇보다 본계약을 위해 정당한 절차인 대우조선 실사가 보장돼야 하고, 한화 측은 인수자금의 자체 조달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통해 대우조선 인수 의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정부 또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매각이 상황변화로 인해 차질이 빚어지는 일이 없도록 확실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