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김에" … 외국인·교포 원화통장 개설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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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차익 기대에 이자 높고 부동산 투자까지 '1거3득'
신한은행 예치잔액 5배 증가…일본쪽 고객 많아
일본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업무 관련으로 한국을 수시로 방문하는 야마모토씨(42).그는 최근 방한하면서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연 7% 확정금리인 1년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그동안 한국 경제상황을 지켜본 결과 원화 가치가 떨어질대로 떨어져 향후 상승시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더구나 일본이 최근 사실상 '제로금리'여서 일본에서 은행대출을 받아 이자수익은 한국에서 챙기는 것이 유리하다. 야마모토씨는 "주변에 한국에서 계좌를 개설하려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무나 관광 목적으로 방한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내 원화예금 계좌를 개설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
28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외국인들이나 해외 교포가 이 은행 한국 내 지점(해외지점 제외)에 개설한 비거주자 원화계정과 자유원계정 같은 원화 계좌 누적건수는 8월(월말 기준) 1667건에서 △9월 1754건 △10월 2626건 △11월 3666건으로 3개월 사이에 배 이상 늘었다.
비거주자 원화계정은 예치된 원화를 한국 안에서 인출해 쓸 수 있지만 해외 송금이 제한돼 있다. 반대로 자유원계정은 해외 송금은 자유롭지만 한국 내에서의 인출은 제한된다.
이들 예금의 예치 잔액은 같은 기간 735억원에서 4055억원으로 무려 5배가량 증가했다. 한국 내 지점(해외지점 제외)에서 달러나 엔화 등 외화로 계좌를 개설한 외화예금(대외계정) 계좌 누적건수가 8월 말 2만5158건에서 11월 말 2만7233건으로 8%,예치 잔액으로는 3039억원에서 4505억원으로 48% 증가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인이 원화로 바꿔 개설한 예금이 외화 그대로 넣은 예금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유례없는 원화예금 계좌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며 "해외 지점에 이어 한국 내 지점에서도 사업이나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자주 왕래하는 외국인 고객들이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원화 계좌 개설이 급증하는 것은 △향후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미국 일본 등의 잇따른 '제로 금리' 기조에 따른 금리차익 △한국 내 부동산 및 주식 투자 등을 함께 노린 '1거3득' 전략으로 분석된다.
특히 100엔당 원화 환율이 이달 한때 1600원을 돌파하며 1991년 원·엔 고시환율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일본인 고객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은 소득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한국 내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올 들어 급락하면서 원화예금을 통해 '바이 코리아'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한 일본계 자금은 강북지역과 강서구 등지에서 300억원 안팎의 중형 오피스 빌딩 3건을 매입,리모델링에 착수했다.
해외부동산 컨설팅업체인 IRI코리아의 김준성 대표는 "한 일본 자산운용사는 총 7000억~8000억원을 들여 오피스빌딩 2~3곳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한국 내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은행 도쿄지점은 지난 17일 한국영사관 강당을 빌려 일본인과 재일교포 등을 상대로 '한국 내 투자 재테크 세미나'까지 열었다. 김준성 대표는 "일본 말고도 독일과 영국 투자자들이 환차익도 얻고 10년 전 외환위기 때처럼 한국의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대박'을 노리는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도원 기자/최민지 인턴(한국외대 3학년) van7691@hankyung.com
신한은행 예치잔액 5배 증가…일본쪽 고객 많아
일본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업무 관련으로 한국을 수시로 방문하는 야마모토씨(42).그는 최근 방한하면서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연 7% 확정금리인 1년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그동안 한국 경제상황을 지켜본 결과 원화 가치가 떨어질대로 떨어져 향후 상승시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더구나 일본이 최근 사실상 '제로금리'여서 일본에서 은행대출을 받아 이자수익은 한국에서 챙기는 것이 유리하다. 야마모토씨는 "주변에 한국에서 계좌를 개설하려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무나 관광 목적으로 방한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내 원화예금 계좌를 개설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
28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외국인들이나 해외 교포가 이 은행 한국 내 지점(해외지점 제외)에 개설한 비거주자 원화계정과 자유원계정 같은 원화 계좌 누적건수는 8월(월말 기준) 1667건에서 △9월 1754건 △10월 2626건 △11월 3666건으로 3개월 사이에 배 이상 늘었다.
비거주자 원화계정은 예치된 원화를 한국 안에서 인출해 쓸 수 있지만 해외 송금이 제한돼 있다. 반대로 자유원계정은 해외 송금은 자유롭지만 한국 내에서의 인출은 제한된다.
이들 예금의 예치 잔액은 같은 기간 735억원에서 4055억원으로 무려 5배가량 증가했다. 한국 내 지점(해외지점 제외)에서 달러나 엔화 등 외화로 계좌를 개설한 외화예금(대외계정) 계좌 누적건수가 8월 말 2만5158건에서 11월 말 2만7233건으로 8%,예치 잔액으로는 3039억원에서 4505억원으로 48% 증가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인이 원화로 바꿔 개설한 예금이 외화 그대로 넣은 예금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유례없는 원화예금 계좌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며 "해외 지점에 이어 한국 내 지점에서도 사업이나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자주 왕래하는 외국인 고객들이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원화 계좌 개설이 급증하는 것은 △향후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미국 일본 등의 잇따른 '제로 금리' 기조에 따른 금리차익 △한국 내 부동산 및 주식 투자 등을 함께 노린 '1거3득' 전략으로 분석된다.
특히 100엔당 원화 환율이 이달 한때 1600원을 돌파하며 1991년 원·엔 고시환율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일본인 고객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은 소득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한국 내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올 들어 급락하면서 원화예금을 통해 '바이 코리아'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한 일본계 자금은 강북지역과 강서구 등지에서 300억원 안팎의 중형 오피스 빌딩 3건을 매입,리모델링에 착수했다.
해외부동산 컨설팅업체인 IRI코리아의 김준성 대표는 "한 일본 자산운용사는 총 7000억~8000억원을 들여 오피스빌딩 2~3곳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한국 내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은행 도쿄지점은 지난 17일 한국영사관 강당을 빌려 일본인과 재일교포 등을 상대로 '한국 내 투자 재테크 세미나'까지 열었다. 김준성 대표는 "일본 말고도 독일과 영국 투자자들이 환차익도 얻고 10년 전 외환위기 때처럼 한국의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대박'을 노리는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도원 기자/최민지 인턴(한국외대 3학년)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