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틀간 미사일 맹폭후 가자지구로 탱크 '집결'

사상자 1000명 이상…3차 중동전 이후 최대
사상자 1000명 이상…1967년 3차 중동전 이후 최대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스라엘이 27일(현지시간) 강경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배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한 것이다. 이번 공습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를 밀어올리는 등 위기 속의 글로벌 경제에도 치명타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으로 최소 286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도 800명을 넘어섰다. 팔레스타인에서 이처럼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41년 만이다.

지난 9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거점을 둔 무장단체 하마스 간 6개월 동안의 휴전 종료 이후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80여발의 로켓포를 발사하면서 고조된 위기가 결국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대규모 공습을 단행한 배경엔 내년 2월로 예정된 총선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도 성향의 카디마당과 노동당이 이끄는 현 연립정부의 지지율이 낮아 재집권이 불투명해지자 가자지구에 대한 '강공'으로 정치적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지적이다.

작전명 '캐스트 리드'(CAST LEAD)로 알려진 이번 공습은 27일 오전 11시30분께 공군기지를 발진한 전투기 60대가 가자지구 남부지역을 강타한 것을 시작으로 점차 중ㆍ북부 지역으로 확대됐다. 공습은 경찰본부 등 하마스의 보안시설 50여곳이 주요 목표물이었고,무장단체들의 로켓탄 진지 50여곳도 폭격의 대상이 됐다. 하마스 내무부는 가자지구의 모든 보안시설물이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학생들의 하교 시간대에 공습이 이뤄져 어린이를 포함,민간인 인명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28일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재개해 TV 방송국과 이슬람사원(모스크) 등을 폭격했다. 이스라엘 측은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이날 새벽 수백개의 보병부대와 기갑부대가 지상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가자지구 접경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고 일간 하레츠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은 로켓 공격 외에 자살폭탄까지 동원한 보복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이번 공습은 '제4차 중동전쟁'의 서곡이란 진단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가자지구는 요르단강 서안과 함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속하는 곳으로 이스라엘 남부 해안도시들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다. 제1차 중동전쟁이 끝난 뒤 이집트로 넘어갔다가 1956년 2차 중동전쟁의 여파로 재점령과 재반환을 거쳐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차지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건설했던 유대인 정착촌 21곳의 주민 8000여명을 2005년 8월 모두 이주시킨 뒤 그해 9월12일 군 병력의 철수를 끝으로 38년간의 점령에 종지부를 찍었다. 1967년 당시 약 40만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았고 지금은 그 숫자가150만명에 달한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6월 하마스가 파타 계열의 보안군을 몰아내고 가자 지구를 장악하자 모든 국경을 봉쇄하고 하마스 체제의 고사작전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번 공습을 둘러싼 각국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가자지구의 폭력사태 재발과 휴전협정 파기의 책임은 하마스에 있다"며 "휴전 상태는 즉각 복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첫 외교 시험대란 평가다. 오바마의 국가안보담당 대변인인 브룩 앤더슨은 "당선인이 가자지구의 상황 등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랍권은 일제히 이스라엘의 공습을 비난하고 나섰다.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범죄 작전이자 새로운 대량학살"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유엔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즉각적인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아랍 산유국이 석유를 정치무기로 활용하거나 무력 충돌로 국제무역이 위축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뤄지기 전인 지난 26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아랍에미리트(UAE)의 감산 실행과 미 달러화 약세의 영향 등으로 2.36달러(6.7%) 상승한 배럴당 37.71달러에 마감됐다. 이번 공습이 그동안의 유가 하향 안정세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달러화 가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