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연말 수익률 관리…1700억 순매수

프로그램 차익거래 통해 '1700억 순매수'
코스피 오후들어 33포인트 만회 보합세로 반전

연기금이 연말 수익률 관리에 나서 증시 급락을 막았다. 코스피지수는 29일 배당락과 프로그램 매물로 장중 1100선 아래로 밀렸으나 연기금이 1700억원 넘게 주식을 순매수한 데 힘입어 낙폭을 줄여 보합세로 마감했다. 연기금은 올해 증시 폐장을 하루 앞둔 날인 점을 감안,투자주식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코스피 방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연기금 시총 상위종목 주로 사들여

연기금은 코스피지수가 배당락 부담 등으로 오전 11시께 1084선까지 밀리자 순매수에 나서 장 마감 직전에 매수규모를 크게 늘렸다. 이날 연기금은 프로그램 비차익거래 등을 통해 총 1745억원어치를 사들여 코스피지수가 연중 저점(892.16)을 찍었던 지난 10월27일(5397억원 순매수) 이후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연기금 매수세 덕분에 코스피지수는 장중 33.60포인트나 빠졌던 낙폭을 대부분 회복해 0.27포인트(0.02%) 내린 1117.59에 장을 마쳤다.

연기금은 삼성전자를 286억원 순매수하는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을 많이 사들였다. 이어 포스코 KT 삼성전기 SK에너지 현대중공업 SK텔레콤 NHN SK 한국전력 등을 각각 4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이 이날 매우 공격적으로 지수 방어에 나섰다"며 "연말 증시에서 외국인 등이 소극적인 매매를 보이면서 조금만 사도 지수가 크게 반응하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말 투자자들의 소극적 매매로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8거래일 연속 줄어들면서 2조6146억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의 매매비중은 10월27일(6.27%)과 비슷한 6.29%에 달했다. 그만큼 연기금이 증시를 주도했다는 얘기다.

서정광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이 코스피지수 1100선 아래에서 적극적인 방어 의지를 드러낸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10월27일 저점 때는 연기금이 적극적인 '사자'로 지수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이날은 증시 안전판 기능과 함께 연말 기준 주식투자 수익률을 높이려는 계산도 공격적인 매수세의 배경이 됐다"고 풀이했다. ◆배당락과 프로그램 매물 잠재워

이날 프로그램 차익거래 매물이 1500억원 넘게 쏟아지며 지수를 압박했다.

문주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배당락으로 코스피200지수가 떨어져 선물지수와의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개선(콘탱고)되긴 했지만 내년 초 증시에 확신이 없는 투자자들이 선물시장에서 부진한 매수세를 나타내면서 베이시스가 차익거래 매수세를 유발할 정도로까지 확대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기금과 함께 외국인이 순매수에 나서면서 배당락 충격과 프로그램 매물 부담을 이겨냈다. 외국인은 LG전자를 120억원 순매수한 것을 비롯 KB금융 신한지주 SK에너지 현대차 등을 사들였다.

기업실적 부진으로 올해 배당 금액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 것이란 예상으로 배당락 충격이 다소 약했던 점도 이날 증시가 약보합으로 마감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서정광 팀장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 둔화돼 내년 초 배당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사내 유보에 대한 니즈(수요)가 커져 어느 때보다 배당이 적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날 배당락에 따른 지수 하락폭이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연말 증시의 매도세가 눈에 띄게 약해진 상태라서 매수세가 조금만 나와도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올해 마지막 거래일까지 연기금과 기관의 관심 종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