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KB금융 회장 "위기 끝날때까지 M&A 없다"

카드사 분사도 보류
내년초 자본확충 집중
자사주 맞교환 계속할 것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위기가 진정될 때까지 은행 인수ㆍ합병(M&A)계획을 보류할 것"이라고 30일 말했다. 황 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금융시장은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한 지난 9월 중순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며 "KB금융 회장으로 선임될 때는 은행 대등합병 등을 통한 업계 재편을 추진했지만 지금은 이런 것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당분간 외환은행 매각작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낮은 만큼 KB금융이 나서서 은행 간 M&A를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그러나 M&A를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소신을 접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선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이 자산 300조원을 넘어 대규모 금융그룹으로 분류되지만 글로벌 무대에선 여전히 '꼬마'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선 은행들이 M&A를 거쳐 3~4개 정도로 통합됐다"면서 "금융위기가 가라앉으면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며 KB금융은 이에 대한 대비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런 차원에서 소규모 M&A는 지속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KB금융그룹에서 국민은행은 리딩뱅크지만 증권사나 보험사는 업계 선두권에 있지 못하다"며 "증권사나 보험사 등 제2금융권 회사에 대한 M&A를 통해 자회사를 육성하고 지주사 차원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작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경영 화두로 '유연성'을 내걸었다. "경영계획을 하나만 갖고 가는 게 아니라 금융위기의 진행과정에 따라 비상계획1,2,3 등으로 상황에 대처해 나갈 것"이란 얘기다.

황 회장은 당장 내년 초엔 자본확충에 중점을 둘 것이며 1분기 중 자사주 맞교환(swap)을 통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상향조정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부까지 나서서 은행의 자본확충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당사자인 은행들이 가만히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황 회장은 또 "내실을 다지고 위험관리에 주안점을 두기 위해 신용카드부문 분사를 당분간 보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분사가 장ㆍ단점이 있는데 지금 분사하면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는 등 단점이 더 많다는 진단에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