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토토·영창악기 '문화마케팅'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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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이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새로운 소비자를 발굴하고 불황에도 영향을 덜 받는 매출 구조를 쌓기 위해 시작한 문화마케팅이 불경기 극복에 있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욕실용품 전문기업 로얄토토(대표 박종욱)는 올해 전년 대비 약 15% 증가한 총 98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종합악기제조업체 영창악기(대표 박병재)도 불황에 취약한 업종 특성에도 불구,예년 수준인 약 5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로얄토토는 갤러리나 레스토랑 등 문화공간이 결합된 욕실용품전시공간으로, 영창악기는 콘서트 홀과 음악교육센터로 기업 이미지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
이에 따라 두 업체는 내년 문화마케팅 관련 예산을 올해 수준인 연간 약 25억원과 10억원가량으로 각각 유지할 계획이다. 불황에는 문화 관련 사업 비용을 가장 먼저 줄인다는 속설이 뒤집힌 셈이다.
로얄토토는 지난해 말 약 300억원을 들여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본사에 3층 규모로 욕실용품 전시관과 미술품 갤러리 및 교육센터가 갖춰진 복합문화공간 '갤러리 로얄'을 열었다. 로얄토토가 만드는 수도꼭지,비데,위생도기 등의 제품이 비치돼 소비자들이 직접 보고 만져본 뒤 마음에 들면 살 수 있다. 또 각종 미술품들이 전시되는 갤러리와 레스토랑 및 와인바도 갖춰져 연간 8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회사가 이 공간을 마련한 것은 건설업체에 대한 영업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욕실용품업의 한계를 깨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갤러리 로얄을 설치한 뒤 대리점 등에서 자신의 기호에 맞는 욕실용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이전보다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박종욱 대표는 "매출이 경기변동에 민감하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한 뒤 구매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신규 고객을 발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창악기는 지난해 용산 아이파크몰에 2000석 규모의 야외 공연장을 마련한 데 이어 올 6월 모 기업인 현대산업개발의 서울 삼성동 본사 1층에 150석 규모의 콘서트 홀 '포니정 홀'을 열고 악기교육센터도 개설했다. 또 전국을 돌며 제조사에 관계없이 악기를 수리해 주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포니정 홀은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작고 3주년을 맞아 개관됐다. 매월 2~3차례씩 총 20여회의 공연이 열려 전회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영창악기는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의 결과로 올해 예년 수준의 판매액을 올렸다.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들의 올해 매출이 평균 20%에서 많게는 30% 선까지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박병재 대표는 "잠재적 소비자를 찾는다는 의미에서 문화사업을 통한 악기 구매층의 저변 확대가 중요하다"며 "새해는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성과를 거울삼아 문화마케팅 예산은 줄이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학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불황일수록 감성을 자극하는 광고나 문화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는 것이 오히려 고객의 지갑을 여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