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환율 1250원대 마감] 개인 "달러 사자" 평소의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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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250원대로 마감‥정부-개인 하루종일 '공방' 기업들 환차손 줄어 안도기업 환율 하향안정에 '안도'
30일 시장평균환율(MAR)을 낮추기 위한 외환당국의 개입과 최근 환율 급락을 틈탄 달러 매수세력 간에 치열한 매매공방이 끊이지 않은 하루였다. ◆'알박기식' 환율 관리
이날 정부의 환율 관리는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달러당 1256~1259원대에 집중적으로 달러 매물을 깔아놓는 '알박기' 전략을 구사했다. 환율이 1260원을 넘지 못하도록 강력한 방어선을 친 것.정부와 달러 매수세력 간의 매매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이날 외환시장 거래량은 평소(30억달러 안팎)보다 두 배가량 많은 약 60억달러에 달했다. 금융감독원이 달러 사재기에 나서는 기업을 조사하겠다는 압박작전도 펼쳤다.
그런 작전은 좋은 시세에 달러를 사러 나온 개인과 중소·중견기업들의 행렬을 진화시키는 데 버거웠다. 대기업들은 매수에 나서지 않고 오히려 매도하면서 시장안정에 기여했지만 싼값에 달러를 사겠다는 개미들이 쏟아져 나와 외환당국자는 '마치 한반도가 다 달러를 매수하러 나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창구로 몰려온 개인들의 달러 매입주문을 진화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의 장내에서 펼쳐진 작전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 종가는 전날보다 3원50전 내린 1259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기업회계결산의 기준이 되는 시장평균환율은 1257원50전이었다. ◆은행과 기업은 안도
연말결산을 앞둔 은행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특히 자산의 10% 안팎을 차지하고 있던 외화자산의 평가액이 줄면서 순익은 물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자산수익률(ROA) 등 핵심 지표들이 크게 개선되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특히 태산LCD와의 키코(KIKO) 계약 한 건으로 25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으면서 적자를 기록했던 하나은행은 환율 하락으로 4분기 흑자에는 문제가 없게 됐다는 반응이다. 대한항공 재무담당 관계자는 "환율이 1250원대로 낮아져 회계에 반영되는 환산손이 대략 1조원 이상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한해 내내 불안했던 환율연말 환율이 1250원대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올해 환율은 연중 내내 불안했다. 작년 말 936원이던 환율이 11월 하순에는 장중 한때 1525원까지 무려 63%나 뛰었다. 이는 전 세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외국인이 연초부터 국내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각한 데다 올해 경상수지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이 환율 급등의 주요인이었다.
지난 10월 말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에 이어 12월에는 한·중·일 통화스와프 규모가 확대됐지만 12월 하순까지도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중반~1400원대의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기업들의 외환손실을 덜어주기 위해 본격적인 환율 종가 관리에 나서 당시 1338원이던 원·달러 환율을 거래일 기준 나흘 만인 30일에는 1260원 아래로 떨어뜨렸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내년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고 국제 금융시장도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안정될 전망"이라며 "내년 연중 고점은 올해보다 200원가량 낮은 1350원대 안팎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