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미래에 투자하라 (1) 현대차, 빅5는 필요없다…세계 1위 도요타를 넘어라

[신년기획] 미래에 투자하라 (1) 현대차, 빅5는 필요없다…세계 1위 도요타를 넘어라
지난 10년간 현대ㆍ기아자동차를 이끈 키워드는 '품질'과 '글로벌'이었다. 정몽구 회장은 1998년 말 취임하자마자 품질 경영과 글로벌 경영을 꺼내들었고,이 전략은 현대ㆍ기아차가 혼다 푸조-시트로앵 피아트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글로벌 5위 메이커로 올라선 원동력이 됐다.

현대ㆍ기아차는 2007년 전 세계 시장에서 도요타 GM 폭스바겐 포드 다음으로 많은 396만대를 판매했다. 극심한 글로벌 불황으로 미국 빅3가 연이어 몰락하고 최강 일본 도요타마저 70년 만의 영업적자를 예상할 정도로 대외 환경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에도 2007년 실적을 뛰어넘은 410만~420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품질과 글로벌화로 우뚝 선 10년

정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1990년대 후반 현대차의 '엑셀'은 주력 수출 모델이면서도 애물단지였다. 대당 5000달러도 안 되는 싼 가격 덕에 미국시장에서 판매 돌풍을 일으킨 건 잠시 뿐,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브랜드 이미지는 한없이 추락했다. TV 토크쇼에서 단골 우스갯거리로 등장할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글로벌 메이커로 살아남기 위해선 시장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품질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현대ㆍ기아차는 곧바로 통합 품질본부와 연구개발본부를 만들어 품질 확보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미 시장에 당시로선 파격적인 '10년 10만마일 보증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현대ㆍ기아차의 오늘은 '싸구려' 이미지와의 지난한 싸움에서 얻은 성과다. 2000년 이후 본격화된 글로벌 생산기지 확충은 현대ㆍ기아차 도약의 또다른 축이다. 현대차는 미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로 1989년 캐나다 부르몽에 완성차 공장을 세웠다가 실패한 경험을 교훈 삼아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에 먼저 교두보를 세우고 내실을 다져가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그 결과 현대ㆍ기아차는 국내 공장 300만대에 인도와 중국,미국 등 해외에서도 233만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춰 명실공히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거듭났다.

러시아와 브라질 공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어 2011년께면 해외생산 313만대를 포함해 국내외 생산능력 600만대 시대를 열게 된다.

◆도요타를 넘어라…새로운 도전

그러나 현대ㆍ기아차의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다. 도요타가 1등이 되기까지 거쳐간 길을 뒤따르던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글로벌 시장판도를 주도할 수 있는 톱3 반열에 들어야 한다. 도요타 등 최강자들과 모든 전선에서 본격 경쟁하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얘기다. 전진하지 못하면 낙오할 수밖에 없기에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현대ㆍ기아차와 도요타는 생산차종 라인업은 물론 해외 생산공장,주력 판매시장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겹친다.

경차나 중ㆍ소형차는 물론 대형 세단과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 등 현대ㆍ기아차가 만드는 모든 차량을 도요타에서도 만든다. 도요타는 한발 나아가 현대ㆍ기아차 해외공장이 있는 곳은 물론 아직 라인이 없는 러시아와 브라질,동남아에도 생산 네트워크를 갖고 있을 만큼 글로벌 생산ㆍ판매체계가 강하다.

현대ㆍ기아차는 이제 글로벌 생산 500만대,판매 400만대 체제를 갖췄지만 도요타는 이미 2007년 글로벌 판매 937만대로 GM을 제치고 1위 메이커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은 물론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도 도요타와 경쟁해 살아남아야 한다. 더구나 도요타는 글로벌 수요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ㆍ기아차 경쟁력의 핵심인 소형차 라인업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또 1997년 하이브리드카 전용 모델 프리우스를 내놓으며 친환경차 분야에서도 멀찍이 앞서가고 있다.

◆향후 10년 키워드…브랜드와 블루

지금 현대ㆍ기아차 경쟁력의 핵심은 소형차다. 하지만 소형차 자체만으로 톱 메이커 반열에 오르기 어렵다는 게 고민이다. 아직도 '엑셀'의 부정적 이미지가 시장에 남아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도 부담이다.

도요타를 넘어서기 위해 풀어야 할 고민의 해답은 역설적이게도 도요타에 있다. 1970년대 초반 미국시장에 폭넓게 진출하기 시작한 도요타는 1989년 렉서스 브랜드를 따로 내놓으면서까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힘을 쏟았다. 지금의 도요타가 가진 명성에는 그 같은 땀방울이 깊숙이 배어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보유 중인 자동차와 같은 브랜드 차를 구매하는 비율에서 도요타는 63.2%인 반면 현대차는 46.7%,기아차는 32.5%에 불과하다. 현대ㆍ기아차가 지난 10년에 이어 앞으로 10년을 지속해야 할 숙제는 브랜드 제고다.

도요타 혼다 등이 10년 먼저 시작한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 기술도 서둘러 따라잡아야 한다.

후발 주자인 만큼 친환경차 시장 판도를 근본부터 바꾸려는 전략도 필요하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된 사안이기도 하다. 현대ㆍ기아차는 올 7월께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카 출시에 이어 내년 쏘나타 가솔린 하이브리드카 양산 및 수출이 시작되면 도요타 등과 본격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글로벌 매니지먼트 능력도 한층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2011년께면 해외 생산능력이 국내 생산 규모를 웃돌게 되는 데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인수ㆍ합병(M&A)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과거 볼보 랜드로버 등의 인수를 검토하다 이질적인 경영문화 등의 문제로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글로벌 경영능력은 현대ㆍ기아차가 도요타를 넘어서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로 꼽힌다. 100년 넘게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해온 미 빅3가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신세로 전락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지금 거센 지각변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