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유지권 발동 이틀째] 해머ㆍ전기톱 이어 인간사슬까지…국회는 미성년 관람불가

질서유지권 발동 이틀째, 인간사슬까지 등장
양말ㆍ칫솔 공수 장기전 채비
본회의장서 '스도쿠' 하기도

국회가 2008년 마지막 날인 31일 충돌하는 사태는 면했다. 새해에 대화를 재개키로 한 것이다. 정치권에 쏟아질 국민적 비판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아니다. 정면대결이 늦춰진 것일 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국회엔 말쑥한 넥타이 차림의 의원은 없었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넥타이를 풀거나 목폴라 티셔츠로 복장을 통일했다. 혹시 벌어질지 모르는 몸싸움에서 상대방에게 넥타이를 잡히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질서유지권 발동 이틀째인 이날 국회본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는 평소 5개에서 1개로 줄었다. 유일하게 출입이 허용된 후문도 경찰 10여명이 밖에서 1차 검문을 하고 경위와 방호원이 안에서 다시 출입증을 검사하는 등 철저히 통제됐다. 이에 의원들도 영하의 날씨에 200여m를 걸어 의원회관과 본청을 오가야 했다.

본회의장 안에서 농성 중인 민주당 의원들은 등산용 자일과 철제 사다리를 본회의장에 반입해 국회 사무처 및 한나라당의 진입에 대비했다. 해머와 전기톱에 이어 등산용 장비까지 등장한 것이다. 엿새째 본회의장을 점거 중인 의원들은 "본회의장 안이 환기가 안 돼 답답하다"며 잠깐씩 바깥으로 나와 바람을 쐤으며 스도쿠(일본에서 개발된 퍼즐게임)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민주당 보좌진들은 생필품난에 빠졌다. 사무처가 본청 출입 자격을 의원과 사무처 관계자,기자 등으로 제한해 한번 본청건물을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본청에 사무실을 둔 당직자들이 밖에서 양말 칫솔 등을 공수해왔다. 당의 재정난 때문에 29일부터는 도시락 지급도 중단되면서 보좌진들은 구내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30일 저녁 400여명에 달했던 민주당의 본청 체류인원은 31일 절반으로 줄었다. 한나라당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조속한 질서유지권 행사"를 요구하고 몸싸움에 대비해 조를 짜는 등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한 국회관계자는 "여야의 구태정치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아이들이 볼까 두렵다"고 말했다.

노경목/김유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