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사협력 기틀 새롭게 구축해야

"기업과 근로자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기회를 만들어 나가자." 경제 5단체장 및 재계 총수들의 신년사는 한마디로 이렇게 축약된다. 경제가 아무리 힘들어도 절망하지 말고 어려울수록 힘을 발휘하는 한국인의 저력(底力)을 다시 한번 보여주자는 것이다.

경제계가 새해 벽두부터 이런 화두를 던진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세계적 경기침체로 인해 선진 경제대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하고 있고, 신흥개발국들마저 성장세가 현격히 둔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올해는 사상유례없는 불황이 닥치면서 기업경영실적과 일자리 문제가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고 보면 보통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모든 경제주체가 혼연일체가 돼 위기를 헤쳐나가고 고용문제 등 현안을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게 바로 우리가 처한 입장이다. 뼈를 깎는 각오로 사업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생존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은 물론 생산성 향상 기술개발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도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될 형편이다. 특히 투자확대 없이는 일자리 창출 자체가 어렵고,경쟁국들의 경제가 위축된 지금이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을 생각해도 그렇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바로 노사협력의 새 틀을 구축하는 것이다. 툭하면 파업부터 벌이는 고질병이 재발된다면 재도약은커녕 나락으로 떨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올해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금지,복수노조법 개정,공기업 개혁 같은 현안이 산적(山積)해 있어 그런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따라서 노사는 고통을 분담하며 상생의 정신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주요 대기업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인위적 인력 감축은 없다"고 천명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또 동부그룹 등 적지 않은 기업 근로자들이 임금삭감 무급휴직 등을 받아들이며 일자리 지키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긍정적 선택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이런 노력들이 경제계 전반으로 더욱 널리 확산돼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위기 뒤에 다가올 기회를 붙잡는 데는 노사화합만한 지름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