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훈의 펀드클리닉] 새해 증시 '비관의 迷路'에서 찾으려면

지난해 금융시장을 회고해 보면 일반투자자는 물론이고 전문가들조차도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던 천재지변과 같은 현상들이 비일비재했다.

얼마 전 해외에서 있었던 어느 투자포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었던 문구 중 하나가 '전례 없는(unprecedented)'이라는 단어였다고 한다. 우리는 금융위기 발생 이후 대학 강의시간에 들었던 원론들이나 과거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이론과는 상이한 시장의 움직임을 경험했다.

자본시장의 효율적인 배분이론과는 상이하게 국제 투자자금은 상대적으로 건실한 이머징 국가에서 빠져 나와 문제의 근원지인 미국으로 유입됐다.

금융기관들이 십수년에 걸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완벽하다고 자부했던 리스크 관리 시스템도 오차범위를 벗어난 시장의 움직임에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주가를 비롯한 각종 지표의 움직임들이 정규분포 이론에 따라 평균치 근처에서 주로 발생하지 않고 양극단에서 빈발하는 '팻 테일(fat tail)'이나 '검은 백조(black swan)' 현상이 일반화돼 과거 수치를 이용한 통계적 분석의 유용성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었다.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의 달러 유동성 위기도 과거에는 차입자인 해당 국가의 문제에서 유발됐으나 이번에는 채권자인 미국과 유럽계 금융기관의 문제로 인한 디레버리징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지난 수년간 이머징 국가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주된 자금원이었던 달러 캐리 트래이딩 자금은 지속적인 달러 약세와 미국의 저금리 정책에 기반을 두어 왔다. 하지만 이번 금융사태로 선진 금융기관이 부실화돼 예상치 못한 달러 차입상환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달러 쇼트 커버링이 급속도로 이루어져 무차별적인 자산매각과 자금이탈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많은 사람들이 투자손실로 상심이 컸었는데 안타깝게도 올해 투자 환경도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전 세계 국가들이 동시 불황에 들어가고 거의 모든 자산의 가격이 동반 급락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이 비관적일 때가 바닥이고 투자의 적기라는 격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동조화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투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제와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주택가격,선진국 부실 금융기관과 자동차 빅3 구제방안,원자재 가격,주요국 소비 및 고용수치 등 주요 지표들을 부지런히 챙겨 보아야 글로벌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감을 잡을 수 있고 적절한 투자 시점도 찾아 낼 수 있다. 요즘에는 경제신문과 인터넷만 정기적으로 보아도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장석훈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이사 gordon.cha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