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미래에 투자하라 (3·끝) LG '글로벌 톱' 막판 스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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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지난 10년은 바람잘 날 없는 시간들이었다. 혹독한 성장통이기도 했다. 반도체가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에 넘어가더니 카드대란 사태가 터졌을 때는 금융부문이 통째로 떨어져나갔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는 GS와 LS그룹이 줄줄이 분리됐다. 재계 일각에선 LG가 더 이상 4대그룹의 위치를 지키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게다가 사업 포트폴리오는 좋게 말하면 무난했고,나쁘게 말하면 뚜렷한 대표선수가 없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특장이 없었다.
하지만 2009년초의 시점에서 보면 LG는 과거보다 훨씬 강하고 탄탄해졌다. 그룹 매출 110조원을 달성하며 삼성과 현대·기아차에 이어 '100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매출 100조원은 LS,GS그룹 분리 전에도 이루지 못했던 기록이다. 글로벌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달성 불가능한 금액이다. 영업이익도 3분기까지 7조1000억원에 달했으며 외환위기 무렵 500%에 달했던 부채비율도 80% 이하 수준으로 낮췄다. 예나 지금이나 LG의 캐치프레이즈는 '글로벌 1등'이지만 이젠 누구도 공허한 구호라고 여기지 않는다. 이제 '글로벌 LG'의 위상은 확고하다. ◆덜어내며 성장해온 10년
그룹 계열분리가 마무리된 2005년 이후 LG는 와신상담의 시간을 보냈다. '외형보다는 내실'을 모토로 내걸고 외형 보다는 영업이익을 극대화 시키는데 초점을 맞춘 실용적인 경영에 몰두했다. LG카드 사태로 방만한 경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LG의 이 같은 전략은 눈부신 성과로 이어졌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잔 고장이 많은 싸구려 제품'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휴대폰 분야가 급성장을 했다. 선발주자들의 강력한 견제를 뚫으면서 '초코렛폰','프라다폰'과 같은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정비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LG전자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대당 휴대폰 판매가격(ASP)은 업계에서 가장 비싼 153달러에 달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도 LG의 재기에 큰 도움을 줬다. LG디스플레이는 매년 1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계열사로 성장했다. LG석유화학은 일찌감치 기존 석유화학산업 이외에 정보·전자 소재,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성장잠재력을 키워왔다. 디스플레이 소재와 2차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소재 분야를 집중 육성해 '글로벌 소재 전문기업'으로 변신한다는 전략이다. 신규 사업 진출로 사업 수익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7년 매출 10조원 벽을 넘어선 데 이어 작년에는 15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순이익도 3분기까지 9450억원을 기록,연간 순이익 1조원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마라톤 35km 지점
외환위기 이후 10년.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지만 LG의 피해는 경미하다. 반도체,건설,조선 등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사업 아이템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위험한 투자를 하지 않는 '돌다리 경영'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해온 전략도 효과를 봤다. 국내 6개 증권사가 추정한 지난해 4분기 LG전자 영업이익은 평균 2068억원 선이다. LG화학 역시 같은 기간 2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LG는 올해를 재도약의 타이밍으로 보고 있다. "LG의 목표는 글로벌 1위 마켓 리더다. 1등이 되려면 우리가 가진 마인드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를 이끌고 있는 강유식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2008년 종무식에서 '마켓 리더'와 '글로벌 1위'를 향후 10년의 모토로 선언했다. LG 업계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실익을 도모하는 LG식 경영방식을 바꿔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LG의 변화의 이유를 마라톤에 35㎞ 지점에 비유해 설명했다. 마라톤 선수들은 20~30㎞까지는 선두그룹에 속해있되 맨 앞은 피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여러 명이 함께 뛰어야 페이스 조절이 쉽고 체력을 관리하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승부처는 통상 모든 선수들의 피로가 최고조에 달하는 35㎞ 지점이다. 이 순간 그동안 체력을 관리했던 선수들이 앞으로 치고 나간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메이저 글로벌 플레이어에 속해 있으면서 내실을 기하는 선두그룹 전략을 쓴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위기로 모든 경쟁업체들의 힘겨워하는 요즘 시기는 마라톤 35㎞ 지점에 해당한다"며 "지금과 같은 시기에 위기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속도를 높여야 경쟁자들을 확실하게 추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의 새 목표는 글로벌 1위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11월 계열사 CEO들과 가진 릴레이 컨세서스 미팅을 통해 시설투자를 줄이지 않고 인력 감축도 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전자,화학,통신 등 기존의 세 주력 사업을 글로벌 1위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태양전지,LED(발광다이오드),하이브리드카용 전지 등 친환경 신사업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3+1 전략'으로 다수의 글로벌 1위 아이템을 만든다는 로드맵도 내놓았다. 경쟁업체가 투자를 줄일 때를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뜻이 담겨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마켓 리더'라는 LG의 새 비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1위 DNA'를 어떻게 임직원들에게 전파하고 공유하느냐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의 글로벌 경쟁자는 월풀,소니,노키아,삼성 등 글로벌 톱 플레이어"라며 "선제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전략 분야에는 사운을 걸고 집중적으로 투자를 단행하는 과단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하지만 2009년초의 시점에서 보면 LG는 과거보다 훨씬 강하고 탄탄해졌다. 그룹 매출 110조원을 달성하며 삼성과 현대·기아차에 이어 '100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매출 100조원은 LS,GS그룹 분리 전에도 이루지 못했던 기록이다. 글로벌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달성 불가능한 금액이다. 영업이익도 3분기까지 7조1000억원에 달했으며 외환위기 무렵 500%에 달했던 부채비율도 80% 이하 수준으로 낮췄다. 예나 지금이나 LG의 캐치프레이즈는 '글로벌 1등'이지만 이젠 누구도 공허한 구호라고 여기지 않는다. 이제 '글로벌 LG'의 위상은 확고하다. ◆덜어내며 성장해온 10년
그룹 계열분리가 마무리된 2005년 이후 LG는 와신상담의 시간을 보냈다. '외형보다는 내실'을 모토로 내걸고 외형 보다는 영업이익을 극대화 시키는데 초점을 맞춘 실용적인 경영에 몰두했다. LG카드 사태로 방만한 경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LG의 이 같은 전략은 눈부신 성과로 이어졌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잔 고장이 많은 싸구려 제품'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휴대폰 분야가 급성장을 했다. 선발주자들의 강력한 견제를 뚫으면서 '초코렛폰','프라다폰'과 같은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정비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LG전자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대당 휴대폰 판매가격(ASP)은 업계에서 가장 비싼 153달러에 달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도 LG의 재기에 큰 도움을 줬다. LG디스플레이는 매년 1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계열사로 성장했다. LG석유화학은 일찌감치 기존 석유화학산업 이외에 정보·전자 소재,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성장잠재력을 키워왔다. 디스플레이 소재와 2차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소재 분야를 집중 육성해 '글로벌 소재 전문기업'으로 변신한다는 전략이다. 신규 사업 진출로 사업 수익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7년 매출 10조원 벽을 넘어선 데 이어 작년에는 15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순이익도 3분기까지 9450억원을 기록,연간 순이익 1조원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마라톤 35km 지점
외환위기 이후 10년.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지만 LG의 피해는 경미하다. 반도체,건설,조선 등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사업 아이템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위험한 투자를 하지 않는 '돌다리 경영'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해온 전략도 효과를 봤다. 국내 6개 증권사가 추정한 지난해 4분기 LG전자 영업이익은 평균 2068억원 선이다. LG화학 역시 같은 기간 2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LG는 올해를 재도약의 타이밍으로 보고 있다. "LG의 목표는 글로벌 1위 마켓 리더다. 1등이 되려면 우리가 가진 마인드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를 이끌고 있는 강유식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2008년 종무식에서 '마켓 리더'와 '글로벌 1위'를 향후 10년의 모토로 선언했다. LG 업계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실익을 도모하는 LG식 경영방식을 바꿔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LG의 변화의 이유를 마라톤에 35㎞ 지점에 비유해 설명했다. 마라톤 선수들은 20~30㎞까지는 선두그룹에 속해있되 맨 앞은 피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여러 명이 함께 뛰어야 페이스 조절이 쉽고 체력을 관리하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승부처는 통상 모든 선수들의 피로가 최고조에 달하는 35㎞ 지점이다. 이 순간 그동안 체력을 관리했던 선수들이 앞으로 치고 나간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메이저 글로벌 플레이어에 속해 있으면서 내실을 기하는 선두그룹 전략을 쓴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위기로 모든 경쟁업체들의 힘겨워하는 요즘 시기는 마라톤 35㎞ 지점에 해당한다"며 "지금과 같은 시기에 위기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속도를 높여야 경쟁자들을 확실하게 추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의 새 목표는 글로벌 1위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11월 계열사 CEO들과 가진 릴레이 컨세서스 미팅을 통해 시설투자를 줄이지 않고 인력 감축도 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전자,화학,통신 등 기존의 세 주력 사업을 글로벌 1위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태양전지,LED(발광다이오드),하이브리드카용 전지 등 친환경 신사업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3+1 전략'으로 다수의 글로벌 1위 아이템을 만든다는 로드맵도 내놓았다. 경쟁업체가 투자를 줄일 때를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뜻이 담겨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마켓 리더'라는 LG의 새 비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1위 DNA'를 어떻게 임직원들에게 전파하고 공유하느냐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의 글로벌 경쟁자는 월풀,소니,노키아,삼성 등 글로벌 톱 플레이어"라며 "선제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전략 분야에는 사운을 걸고 집중적으로 투자를 단행하는 과단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