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한경스타워즈 우승 한화證 이현규씨 "탐방통해 확인한 종목만 사들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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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의 고수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으로 흔히 '마인드컨트롤(자기절제)' 능력을 꼽는다. 어떤 장이 와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투자 원칙을 지킬 수 있는 평상심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8년 한경스타워즈 주식투자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이현규 한화증권 대치지점 차장은 지난해 주식시장을 통해 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차장은 코스피지수가 반토막 난 아수라장 속에서도 67.08%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며 뛰어난 투자실력을 뽐냈다. 총 10명의 참가자들 중 절반이 퇴출 기준인 25% 이상의 손실을 내고 중도 탈락한 것을 감안하면 단연 돋보이는 성과다. 하지만 이 차장은 "지난해 시장이 예상 가능한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데다 대회 도중 원칙에 어긋나는 투자로 생각만큼 이익을 내지 못해 많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1500선까지 밀려난 지난해 9월까지만해도 8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0월 글로벌 신용위기로 증시가 폭락한데다 거래량 부족으로 보유하고 있던 종목을 제때 처분하지 못하면서 한 달만에 그간 벌어놨던 수익을 모조리 까먹었다. 이 차장은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 10년이 됐지만 지난 10월과 같은 장은 처음이었다"면서 "세계 금융시스템이 차례로 붕괴되며 최저점으로 예상했던 1200선마저 무너지자 솔직히 당황스러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수익률 대회라 다른 참가자들과의 격차를 벌려야겠다는 욕심에 무리수를 둔 것이 화근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차장은 실적 전망이든 재료든 명확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되는 종목만 매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지난해 매매했던 종목들 중에는 디오스텍 자강 넥사이언 등 얼핏 보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소형주들이 많았지만 알고보면 최소 2번 이상 직접 탐방을 다녀오거나 지속적으로 회사 측과 정보를 교환해 온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일주일에 1~2회 정도는 꼭 기업탐방을 나간다"면서 "가장 먼저 실적을 확인하고 대표이사나 경영진이 회사 주가에 관심이 있느냐도 꼼꼼히 따져본다"고 설명했다. 그가 기업을 방문할 때마다 반드시 점검하는 사항에는 대표이사의 과거 경력은 물론 직원들의 표정과 경비실, 화장실 분위기까지 포함돼 있다. 숨겨진 자산이나 재료, 테마로의 연결 가능성, 직원들의 자사주 매입가격 등은 당연히 챙겨봐야할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난해엔 매매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근거로 개별종목을 매수했다 된서리를 맞았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테마인 자원개발 사업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는 종목을 겁없이 담았다가 손절매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고 털어놨다. 한번 매매 패턴이 무너지자 수익률은 순식간에 마이너스로 밀려났다.
결국 그는 일주일간 매매를 쉬면서 흐트러진 호흡을 다시 가다듬었다. 대학시절 주식투자에 첫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리한 매매일지를 돌아보며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에 있다"면서 "심리에 휘둘리지 않고 시장의 움직임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자신을 추스릴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라고 전했다.
사실 그는 중소형주보다 대형주를 선호한다. 덩치가 크다는 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시장이나 해당 업종에서 선두를 다투는 종목들은 상승장에선 지수보다 강하고 하락장에선 지수보다 덜빠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반기 주가 회복 국면에서 경험했듯이 이전 상승장에서 강했던 종목들이 가장 큰 폭으로 먼저 반등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가 대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린 종목도 동부화재(10.50%) 동아제약(10.40%) 호텔신라(7.00%) 미래에셋증권(6.90%) 삼성중공업(4.20%) 하이닉스(4.10%) 등과 같은 대형주들이다. 그는 특히 업종 대표주와 2등주를 동시에 매수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귀띔했다. 업종별로 1,2위 종목을 고루 보유하고 있으면 업황이나 경기 사이클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차장은 "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대형주 투자를 원칙으로 하되 변동성을 이용한 기술적 매매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매 신호가 나오면 과감하게 베팅하고 어느 정도 반등했다 싶을 땐 반드시 차익실현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근거없는 악재나 돌발 변수로 급락하는 주식들도 눈여겨볼 것을 권했다.
그는 또 리스크 관리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 차장은 대회 내내 현금 보유 비중을 30%선으로 일정하게 유지했다. 현금을 남겨두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시장의 굴곡이 심하더라도 냉정한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10년 동안 주식투자를 하면서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그는 "레버리지(차입)를 이용한 투자는 물론 보유 계좌를 100% 주식으로 채우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차장의 평소 생활습관은 그야말로 성실한 모범생 스타일이다. 평일에는 거의 술을 입에 대지 않고 하루 한두 시간씩 꼭 운동을 한다. 운동 후엔 다시 사무실에 들러 그날 시장을 돌아보고 내일 투자할 종목들을 점검한 후에야 퇴근한다. 말하자면 꾸준한 예습과 복습, 철저한 컨디션 관리를 통해 최고의 매매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해 예상치 못한 주가 하락에 마음 고생이 심했다는 그는 올해 증시가 생각보다 빨리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인하가 지속되면서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경우 강한 상승장이 찾아올 것이란 설명이다. 이 차장은 "당장은 보유자금을 짧게 운용해야 하지만 1~2분기엔 오히려 역발상적인 접근으로 대형 우량주들을 싼값에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동성이 두려운 투자자라면 비용이 저렴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적립식으로 매수하는 것도 안전한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강지연 기자/사진=임대철 인턴기자 serew@hankyung.com
이 차장은 코스피지수가 반토막 난 아수라장 속에서도 67.08%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며 뛰어난 투자실력을 뽐냈다. 총 10명의 참가자들 중 절반이 퇴출 기준인 25% 이상의 손실을 내고 중도 탈락한 것을 감안하면 단연 돋보이는 성과다. 하지만 이 차장은 "지난해 시장이 예상 가능한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데다 대회 도중 원칙에 어긋나는 투자로 생각만큼 이익을 내지 못해 많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1500선까지 밀려난 지난해 9월까지만해도 8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0월 글로벌 신용위기로 증시가 폭락한데다 거래량 부족으로 보유하고 있던 종목을 제때 처분하지 못하면서 한 달만에 그간 벌어놨던 수익을 모조리 까먹었다. 이 차장은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 10년이 됐지만 지난 10월과 같은 장은 처음이었다"면서 "세계 금융시스템이 차례로 붕괴되며 최저점으로 예상했던 1200선마저 무너지자 솔직히 당황스러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수익률 대회라 다른 참가자들과의 격차를 벌려야겠다는 욕심에 무리수를 둔 것이 화근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차장은 실적 전망이든 재료든 명확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되는 종목만 매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지난해 매매했던 종목들 중에는 디오스텍 자강 넥사이언 등 얼핏 보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소형주들이 많았지만 알고보면 최소 2번 이상 직접 탐방을 다녀오거나 지속적으로 회사 측과 정보를 교환해 온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일주일에 1~2회 정도는 꼭 기업탐방을 나간다"면서 "가장 먼저 실적을 확인하고 대표이사나 경영진이 회사 주가에 관심이 있느냐도 꼼꼼히 따져본다"고 설명했다. 그가 기업을 방문할 때마다 반드시 점검하는 사항에는 대표이사의 과거 경력은 물론 직원들의 표정과 경비실, 화장실 분위기까지 포함돼 있다. 숨겨진 자산이나 재료, 테마로의 연결 가능성, 직원들의 자사주 매입가격 등은 당연히 챙겨봐야할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난해엔 매매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근거로 개별종목을 매수했다 된서리를 맞았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테마인 자원개발 사업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는 종목을 겁없이 담았다가 손절매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고 털어놨다. 한번 매매 패턴이 무너지자 수익률은 순식간에 마이너스로 밀려났다.
결국 그는 일주일간 매매를 쉬면서 흐트러진 호흡을 다시 가다듬었다. 대학시절 주식투자에 첫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리한 매매일지를 돌아보며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에 있다"면서 "심리에 휘둘리지 않고 시장의 움직임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자신을 추스릴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라고 전했다.
사실 그는 중소형주보다 대형주를 선호한다. 덩치가 크다는 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시장이나 해당 업종에서 선두를 다투는 종목들은 상승장에선 지수보다 강하고 하락장에선 지수보다 덜빠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반기 주가 회복 국면에서 경험했듯이 이전 상승장에서 강했던 종목들이 가장 큰 폭으로 먼저 반등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가 대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린 종목도 동부화재(10.50%) 동아제약(10.40%) 호텔신라(7.00%) 미래에셋증권(6.90%) 삼성중공업(4.20%) 하이닉스(4.10%) 등과 같은 대형주들이다. 그는 특히 업종 대표주와 2등주를 동시에 매수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귀띔했다. 업종별로 1,2위 종목을 고루 보유하고 있으면 업황이나 경기 사이클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차장은 "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대형주 투자를 원칙으로 하되 변동성을 이용한 기술적 매매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매 신호가 나오면 과감하게 베팅하고 어느 정도 반등했다 싶을 땐 반드시 차익실현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근거없는 악재나 돌발 변수로 급락하는 주식들도 눈여겨볼 것을 권했다.
그는 또 리스크 관리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 차장은 대회 내내 현금 보유 비중을 30%선으로 일정하게 유지했다. 현금을 남겨두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시장의 굴곡이 심하더라도 냉정한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10년 동안 주식투자를 하면서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그는 "레버리지(차입)를 이용한 투자는 물론 보유 계좌를 100% 주식으로 채우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차장의 평소 생활습관은 그야말로 성실한 모범생 스타일이다. 평일에는 거의 술을 입에 대지 않고 하루 한두 시간씩 꼭 운동을 한다. 운동 후엔 다시 사무실에 들러 그날 시장을 돌아보고 내일 투자할 종목들을 점검한 후에야 퇴근한다. 말하자면 꾸준한 예습과 복습, 철저한 컨디션 관리를 통해 최고의 매매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해 예상치 못한 주가 하락에 마음 고생이 심했다는 그는 올해 증시가 생각보다 빨리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인하가 지속되면서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경우 강한 상승장이 찾아올 것이란 설명이다. 이 차장은 "당장은 보유자금을 짧게 운용해야 하지만 1~2분기엔 오히려 역발상적인 접근으로 대형 우량주들을 싼값에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동성이 두려운 투자자라면 비용이 저렴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적립식으로 매수하는 것도 안전한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강지연 기자/사진=임대철 인턴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