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중산층붕괴 막아라] "실직이 가장 위협적…기업에 재정지원 늘려 고용창출 나서야"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와 전문가들이 중산층 몰락을 막을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경제성장을 통한 지속적인 고용창출'이다.

향후 실업자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복지정책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사후적인 대책보다는 경기부양을 통해 성장을 이루고 일자리를 늘리는 선제적 대응이 먼저라는 지적이다.이와 함께 청년실업 문제와 취업난을 해결하고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올 수 있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실업과 소득감소가 최대 위협

전문가들은 현재 중산층이 다중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내내 계속된 집값과 주식값 등 자산가격 하락으로 재산 증식의 꿈이 무너진 가운데 건설 및 조선업계를 시작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실업의 공포까지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실업과 소득감소는 곧바로 계층의 하향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산층이 느끼는 가장 큰 위협으로 고용불안과 취업난을 꼽은 이유다.

'현재 우리 사회 중산층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복수 응답)에 전체의 90%(36명)가 '고용불안 및 취업난'이라고 답했다. 자녀 교육비 부담이 중산층을 괴롭히고 있다는 응답도 전체의 82.5%(33명)나 됐다.

자산가치 하락(16명)과 노후에 대한 불안(11명),소득감소(9명)도 중산층을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자녀 교육과 노후 대비 등 돈이 들어갈 곳은 많은데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져 중산층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규직 노조 기득권 양보해야"

고용 창출이 중산층 붕괴를 막기 위한 최우선 정책 과제로 제시됐다. 전체의 87.5%(35명)가 '고용 창출'을 정책의 우선 순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경기부양을 통한 경제성장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77.5%(31명)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응답자(24명)가 많았다. 집값 안정(10명),대출이자 부담 완화(10명),물가 안정(7명) 등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도 꽤 있었다.

정부의 재정 지출도 고용 불안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체의 62.5%인 25명이 재정을 통해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거나 실업자에게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포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았다. 전체의 32.5%인 13명이 '정규직 노조의 임금 및 일자리 양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다음으로는 30%(12명)가 '서비스산업의 규제 혁파'가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클 것이라고 봤고 '채용을 늘리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10명)는 의견도 많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정책이라면 우선 순위를 가리지 않고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교육제도를 산업구조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구직자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구조조정 충격 최소화 필요

기업 구조조정의 방법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부실 및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57.5%(23명)로 과반수였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신용 경색과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부실기업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며 "건실한 기업을 살려 향후 경기회복기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일부에서 구조조정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하지만 속도 조절은 시기만 지연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용 불안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40%(16명)에 달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지만 너무 서두르면 불안감이 증폭돼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윤희 한국조세연구원 원장도 "가능하면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용이 불안해져 중산층 붕괴가 촉진될 수도 있다"며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하고 재정지출을 통해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 불안 등 기업 구조조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일자리 나누기'와 '사회안전망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각각 40%(16명)씩이었다. 나머지 20%(12명)는 '재취업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 설문에 응해주신 분(가나다 순)

▼경제단체=김상열(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이동응(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정병철(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학계=김병연(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태기(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배인명(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 안종범(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엄한진(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설동훈(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이재은(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조준모(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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