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와이브로 대규모 투자 없다" 신중

정부가 와이브로(무선인터넷)에 음성통화 기능을 허용하는 등 활성화에 발벗고 나섰지만, 정작 KT는 와이브로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한 증권사 탐방에 답하며 "와이브로 음성 탑재는 하나의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며, 음성 통화를 위해 대규모 비용투자를 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정부에서 와이브로 활성화에 노력한다면 KT가 상당부분 설비투자를 부담할 것이라고 이야기들 하는데, 사업자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하자는대로 투자를 할 수 있지는 않다. 여력이 많이 없어졌다"고 와이브로에 대한 적극적 투자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KT측은 이어 "사업자가 사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굳이 비용을 투자해 사업을 벌일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KT는 18만여명의 와이브로 가입자를 확보한 대표적 사업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와이브로 활성화를 올해 중점사업으로 내세우며 음성 서비스를 허용하고 010 식별번호를 부여키로 한 바 있다. 하지만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와이브로 활성화가 달가울 리 없다.

이미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망이 깔려있는 상태에서 와이브로 투자는 '중복투자'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KTF와 합병을 앞둔 KT나 SK텔레콤 모두 3세대 이동통신 사업 주체이기 때문에 기존 사업과의 이해상충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KT 와이브로는 현재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에서만 서비스되고 있으며, 서비스 지역에서도 음영구역이 발생한다"며 "휴대폰처럼 어디서든 터지는 서비스를 하려면 3세대 이동통신 투자액 3조원의 1.7배 가량 막대한 금액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이같은 막대한 규모의 투자 가능성을 일단 배제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와이브로를 사양 기술로 보고 있는데 방통위가 '경제 살리기'의 방편으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값싼 이동통신 서비스 제공이라는 명분도 설비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2010년께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세계 표준이 와이브로 계열이 아닌 WCDMA 계열의 '엘티이'로 사실상 채택된 상태이기 때문에 와이브로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반면 방통위 관계자는 "KT가 기존 이동통신망과 연동한 와이브로 음성서비스를 할 것으로 알고 있어 추가 투자가 많이 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음성서비스 허용을 먼저 요구한 것도 KT측"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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