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M&A시장 大魚는 넘치는데 낚시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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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이요? 대어(大魚)는 많은 데,글쎄요. 요즘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매물의 가치 평가나 인수 자금 조달이 쉽겠습니까. 오히려 내실을 다질 때죠.”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에서 기자와 만나 건넨 말이다. 국내 ‘M&A시장의 귀재’로 알려진 강 회장이 올해 M&A 시장의 판세를 한 마디로 짚어낸 것이다.실제로 올해 국내 기업 M&A 시장에는 대어는 넘쳐날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낚시꾼은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 금융위기로 촉발된 국내외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들이 M&A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매물로 나온 기업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는 데다 인수자금을 댈 재무적투자자(FI)나 전략적투자자(SI)들도 모두 발을 빼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최근 성사 직전의 M&A도 무산되거나,무산 위기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대어는 줄줄이 대기올해 M&A 시장에는 ‘매머드급 매물’이 잇따라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현대건설,하이닉스,대우인터내셔널 등의 초대형 매물도 준비돼 있다. 모두 국내 재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규모의 기업들이다.
그동안 매각이 무산됐던 쌍용건설,대우일렉트로닉스,외환은행 등도 다시 시장에 나올 공산이 크다. 또 올 초부터 퇴출이 예정된 중소형 건설 및 조선 업체들도 M&A 시장에 곧바로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게다가 정부가 이달 중순께 총 227개 공공기관 출자회사 가운데 70~90여개사의 소유 지분을 매각하는 공기업 출자회사 개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공기업 매물까지 보태질 수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기업 매물이 나오는 해가 될 것”이라며 “매각이 예정됐던 매물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으로 인한 예상치 못했던 매물들이 한꺼번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월척,낚시는 쉽지 않을듯이처럼 올해 M&A 시장에는 매물이 잇따라 쏟아질 예정이지만 월척을 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 경기 침체로 인해 M&A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사례가 최근 동국제강이 쌍용건설 인수를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것이다.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쌍용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동국제강에 주식매매 양해각서(MOU) 해제를 통보했다.
동국제강이 쌍용건설의 가치 하락과 인수자금 조달에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캠코와의 협상이 결렬돼,자의반 타의반 인수를 포기하게 된 셈이다. 동국제강은 쌍용건설 입찰 이행보증금인 231억원을 놓고도 캠코와 법적공방을 벌여야 할 처지다.
본계약을 앞두고 있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도 삐걱거리고 있다. 사정은 동국제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우조선의 가치 하락,조선 시황 급락,인수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한화는 막판 코너에 몰리게 됐다.
한화는 현재 산업은행 측과 인수대금 잔금 납기일 연장 등을 포함한 인수 조건 변경을 협의하고 있지만, 산은이 이를 받아들여줄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태다.
만약 산은이 한화와 MOU 때 맺은 인수조건을 변경해주지 않으면,한화는 대우조선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물론 이행보증금 3000억원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 매각이 실패하면 다른 M&A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향후 예정된 M&A건이 미뤄지거나 매각에 실패하면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M&A 시장엔 매물이 나와도 정작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원매자가 나서기 힘든 구조가 됐다”며 “향후 시작될 기업 구조조정 작업 전반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에서 기자와 만나 건넨 말이다. 국내 ‘M&A시장의 귀재’로 알려진 강 회장이 올해 M&A 시장의 판세를 한 마디로 짚어낸 것이다.실제로 올해 국내 기업 M&A 시장에는 대어는 넘쳐날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낚시꾼은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 금융위기로 촉발된 국내외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들이 M&A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매물로 나온 기업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는 데다 인수자금을 댈 재무적투자자(FI)나 전략적투자자(SI)들도 모두 발을 빼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최근 성사 직전의 M&A도 무산되거나,무산 위기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대어는 줄줄이 대기올해 M&A 시장에는 ‘매머드급 매물’이 잇따라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현대건설,하이닉스,대우인터내셔널 등의 초대형 매물도 준비돼 있다. 모두 국내 재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규모의 기업들이다.
그동안 매각이 무산됐던 쌍용건설,대우일렉트로닉스,외환은행 등도 다시 시장에 나올 공산이 크다. 또 올 초부터 퇴출이 예정된 중소형 건설 및 조선 업체들도 M&A 시장에 곧바로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게다가 정부가 이달 중순께 총 227개 공공기관 출자회사 가운데 70~90여개사의 소유 지분을 매각하는 공기업 출자회사 개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공기업 매물까지 보태질 수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기업 매물이 나오는 해가 될 것”이라며 “매각이 예정됐던 매물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으로 인한 예상치 못했던 매물들이 한꺼번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월척,낚시는 쉽지 않을듯이처럼 올해 M&A 시장에는 매물이 잇따라 쏟아질 예정이지만 월척을 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 경기 침체로 인해 M&A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사례가 최근 동국제강이 쌍용건설 인수를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것이다.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쌍용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동국제강에 주식매매 양해각서(MOU) 해제를 통보했다.
동국제강이 쌍용건설의 가치 하락과 인수자금 조달에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캠코와의 협상이 결렬돼,자의반 타의반 인수를 포기하게 된 셈이다. 동국제강은 쌍용건설 입찰 이행보증금인 231억원을 놓고도 캠코와 법적공방을 벌여야 할 처지다.
본계약을 앞두고 있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도 삐걱거리고 있다. 사정은 동국제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우조선의 가치 하락,조선 시황 급락,인수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한화는 막판 코너에 몰리게 됐다.
한화는 현재 산업은행 측과 인수대금 잔금 납기일 연장 등을 포함한 인수 조건 변경을 협의하고 있지만, 산은이 이를 받아들여줄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태다.
만약 산은이 한화와 MOU 때 맺은 인수조건을 변경해주지 않으면,한화는 대우조선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물론 이행보증금 3000억원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 매각이 실패하면 다른 M&A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향후 예정된 M&A건이 미뤄지거나 매각에 실패하면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M&A 시장엔 매물이 나와도 정작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원매자가 나서기 힘든 구조가 됐다”며 “향후 시작될 기업 구조조정 작업 전반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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