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년 전통도자기 名家 줄도산…한국시장은 '꿋꿋'

'주부들의 로망'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명품 도자기 브랜드들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250년 전통의 영국 '워터퍼드 웨지우드''로열 워스터',미국 '레녹스'(사진) 등이 속속 청산절차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불황으로 판매가 급감한 데다 격식을 따지는 공식 만찬이 줄고 자유로운 식문화가 확산된 것도 도자기 명가들의 퇴조를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내에선 수입 명품 도자기 시장이 여전히 두자릿수 신장세를 유지해 대조적인 모습이다.

◆불황에 저가수입품 공세 겹쳐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6일 '웨지우드''로열덜튼' 등 명품 식기 브랜드를 보유한 영국 워터퍼드 웨지우드가 청산절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매출 부진 속에 금융위기로 4억4900만유로(약 7993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1759년 설립된 웨지우드는 250년간 영국의 대표적인 도자기 브랜드로 군림,대다수 영국 가정에선 웨지우드 접시나 찻잔을 갖추고 있을 정도.웨지우드는 1986년 아일랜드의 워터퍼드 크리스털과 합병하고 2005년 로열덜튼을 인수했으나 이제는 거꾸로 인수자를 찾아야 할 형편이다.

1751년 설립된 영국 '로열 워스터'도 지난해 11월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신상품 판매가 부진한 데다 저가 수입품 공세로 고객이 이탈하면서 경영난을 겪자 일부 공장을 매각해 자금 조달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좌절됐다.

미국 레녹스도 지난해 11월 말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1889년 설립된 레녹스는 미국 역대 대통령 5인에게 식기류를 주문받는 등 명품 도자기로 이름을 알려왔다. 당분간 정상 영업하지만 파산절차를 통해 사업을 매각할 계획이다. 이 밖에 일본 명품도자기 업체인 '노리타케'는 오는 3월 이전에 필리핀 공장을 폐쇄하고 사가현 이마리 공장도 생산량을 절반으로 축소키로 했다. ◆국내에선 두자릿수 성장 지속

반면 국내 수입 명품 도자기는 '명품 붐'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도자기 매출은 전년 대비 16.7% 증가했고 롯데백화점도 10.4% 늘어났다. 장혜진 롯데백화점 식기담당 바이어는 "주 고객인 고소득층은 '수집' 개념으로 신제품을 계속 사고 있고 명품 브랜드를 장식용으로 한두 세트 또는 단품이라도 갖고 싶어하는 주부들이 많아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도자기 행남자기 등 국내 도자기업체들은 고객층이 달라 명품 도자기 업체들의 잇단 청산에 따른 반사이익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행남자기 관계자는 "수입 명품은 국산보다 가격이 2.5~3배 비싸고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강하다"며 "웨지우드나 레녹스를 사던 소비자들은 로열코펜하겐,로열알버트 등 다른 명품 브랜드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광진/송태형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