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양복에 고무신'도 모자라…

임도원 <건설부동산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양복에 고무신'이라는 말이 있다. 어울리지 않거나 일관되지 못한 조합을 흔히 가리켜 쓴다. 그런데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양복에 고무신을 신고 책가방까지 멘 듯한' 분양행정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정은 이렇다. 포스코건설은 2005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더샵 퍼스트월드'(총 1596가구)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했다 미계약으로 남은 외국인 특별공급물량 74가구에 대해 지난달 구역청에 분양승인신청을 냈다. 첫 분양 때 일반분양 물량은 최고 260 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지만 외국인 물량은 수요자를 못 찾아 국내 일반인들에게 팔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처음 분양당시와 비교해 현재 지역우선공급제,청약가점제 등 관련 청약제도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

이에 구역청은 어느 시점의 제도를 적용하면 좋을지 국토해양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국토부는 "2005년 기준으로 승인하는 것이 타당해 보이지만 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제반여건을 고려해 판단하라"고 답변했다. 한마디로 "너희 맘대로 하라"는 얘기였다.

그랬더니 구역청은 정말로 '맘대로' 분양승인을 내줬다. 2005년 당시와는 달리 청약가점제는 적용하면서 현재 30%만 적용하는 지역우선공급 비율은 첫 분양 때와 같이 100%를 적용했다. 더욱이 2005년에는 지역우선공급 물량에 청약할 수 있는 요건이 인천 지역 6개월 이상 거주였는데,이번에는 이를 똑같이 적용하지 않고 오히려 1년 이상으로 강화했다. 정부가 "'송도국제도시'가 '송도인천도시'가 되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2007년 말 경제자유구역의 지역우선공급제를 완화한 것과 배치되는 행정이었다. 구역청 관계자는 "2005년 기준으로 승인조건을 통일하려고 했으나 은행의 인터넷 청약시스템이 청약가점제에 맞춰져 어쩔 수 없이 가점제를 적용한 것"이라며 "지역우선공급 거주 요건 강화는 투기를 우려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청약가점제는 현재 기준을 적용하면서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지역우선공급제는 과거 기준을 채택한 것은 일관성이 없다. 국제도시에서 타지역 수요자의 청약을 '투기'로 간주한다면,앞으로 외국인의 청약까지 투기로 보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구역청이 지금이라도 고무신과 책가방을 벗어 던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