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기업에 소액주주 경영참여요구 잇따라

횡령 · 배임으로 얼룩진 기업을 보다 못한 소액주주들이 경영 참여를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의 중견건설업체 IC코퍼레이션의 소액주주 36명은 합계지분 5.0%를 소액주주 조합의 이름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조합을 이끌고 있는 손재호 회계사는 "유상증자 및 타법인 출자,횡령 · 배임 등이 이어지며 주가가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상태"라며 "오는 29일로 예정된 임시주총에서 감자를 막아내고 이사와 감사를 경영에 참여시키기 위해 소액주주들이 뭉쳤다"고 말했다. 이 회사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이그린어지에서 회사 측의 감자 결정을 무산시켰던 손 회계사에게 도움을 요청해 합류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손 회계사는 "현재 모인 주식은 5% 정도지만 전체 주식 가운데 소액주주들의 지분이 반이 넘는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자본력과 경영능력이 있는 측에서 손을 내밀 경우 협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IC코퍼레이션의 지분은 최대주주인 씨유알디가 17.2%,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세종IB기술투자가 15.0%,현 경영진 측의 브라운홀딩스가 8.8%가량을 나눠가지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페이퍼코리아도 정기주총에서 소액주주와 경영진 간 표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소액주주연대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호 현대페이퍼 대표는 "소액주주조합 이름으로 조만간 지분 15%가량에 대한 보유 공시를 낼 계획"이라며 "개인적으로 보유한 지분을 합하고 우호세력을 모으면 의결권 가운데 절반 이상은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31일엔 TV제조업체 루멘디지탈에서 김동현씨를 비롯한 소액주주 53명(5.2%)의 경영참여 공시가 나왔다. 이 밖에 IS하이텍 청호전자통신 등에서 횡령 · 배임 등을 이유로 소액주주와 경영진 간 분쟁이 벌어진 상태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