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개원…경기부양안 초당적 처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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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규제법ㆍ3500억弗 사용처도 관심펠로시 하원의장 연임…"지금은 의회가 행동할 때"
금융규제법ㆍ3500억弗 구제금융 사용처도 관심
미국의 새 의회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개회(111회)했다. 차기 집권당인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했으나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대규모 경기부양 법안을 처리해야 하고,경제위기 주범인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독 강화 법안도 마련해야 한다. 야당으로 전락한 공화당은 의석수에선 밀리지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태세다. 미 의회가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는 775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 법안 처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일인 20일까지는 무리인 것으로 예상되나 잠시 휴회하는 2월13일까지는 처리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재정적자를 우려한 공화당이 초대형 경기부양에 대해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이자 오바마 당선인이 3000억달러 규모의 감세안을 내놓는 등 감미료를 쳐놓은 상태다. 또 월가를 손보겠다고 공언한 민주당이 어떤 규제 · 감독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월가 감독을 소홀히 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개혁이나 SEC와 다른 금융감독기구의 통폐합,금융사와 기업들의 회계 및 공시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구제금융 7000억달러 중 3500억달러의 사용을 언제 승인하고,어디에 집중토록 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가 첫 3500억달러를 투입했으나 용처를 제대로 관리 · 감독하지 않은 데 분개하고 있다. 따라서 남은 3500억달러는 소비자금융이나 압류 위기에 몰린 주택 소유자들을 위해 사용토록 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기후변화 대응,클린에너지 사용 강화 등을 담은 에너지 · 환경법안과 의료보험 체계 개선,근로자들의 노조 가입을 용이하게 하는 법안 등도 우선순위로 다룰 전망이다. 반면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는 상대적으로 밀려 이르면 하반기께나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 같은 주요 법안을 원활하고 이른 시간 내 처리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민주당이 마음먹은 대로 독주할 수 있는 내부 사정과 의석 구조가 아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단속하고 조율해야 할 계파는 7개나 된다. 재정적자 확대를 반대하면서 민주당 내 보수당 역할을 하는 '블루 도그' 소속 의원들은 당장 대규모 재정지출을 감수해야 하는 경기부양 법안을 처리할 때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 생산이 많은 동부나 중서부 지역 출신들로 구성된 '올드 인더스트리즈 데모크래츠'는 기후변화 에너지 · 환경법안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다. 민주당은 지난해 하원 선거에서 21개의 의석을 더 얻고(전체 435석 중 257석),상원 선거에서 10개의 의석을 더 보태(전체 100석 중 59석) 다수당이 됐다. 하지만 상원에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막고 원하는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60석을 얻지는 못했다.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 의원과 하원 원내대표인 존 보이너 의원은 최근 "(민주당이 내놓는 법안을) 깐깐히 심사하고 대안을 내놔 맞대응하며,여론 청문회도 개최하는 등 서두르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행정부가 '오바마 시대'로 접어든다면 하원은 '펠로시 시대 강화'라는 점도 포인트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255표를 얻어 재선출됐다. 미 의회 최초의 여성 의장 타이틀에다 연임 기록까지 세웠다. 하원의장은 미 정부 내 권력서열 3위이자,대통령 유고시 권력승계 두 번째 자리다. 그는 재선 연설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신분상승을 막는) 유리천장을 다시 한 번 깨게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네 차례나 "의회가 지금 행동할 때"라고 강조하면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