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글 내가 다 썼다"… 7년 이하 징역형 가능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던‘미네르바’로 추정되는 남성 박모씨(30)가 검찰에 긴급체포됐다.검찰이 붙잡은 박씨는 ‘증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40-50대 중반 남성’이라는 소문과 달리 증권사에서 근무한 적이 없는 전문대 출신 무직 남성인 것으로 밝혀졌다.또 경제학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 학위 등을 받은 사실도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박씨가 ‘미네르바’중 한명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미네르바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어떻게 체포했나검찰은 PC방 등 장소를 옮겨가며 신원을 노출하지 않은 채 글을 올린 미네르바의 글에 대한 인터넷주소(IP)를 치밀하게 추적한 끝에 박씨를 검거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박씨를 7일 저녁 긴급체포한 후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하룻밤을 재운 뒤 8일 강도높은 조사를 이어갔다.박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미네르바의 이름으로 올린 글 전부를 내가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작년 12월29일 미네르바가 “정부가 오늘 오후 2시 30분 이후 주요 7대 금융회사와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권하는 긴급 공문을 전송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후부터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를 잡고 내사에 착수했다.기획재정부는 “미네르바 글이 전혀 사실무근이며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네르바는 지난해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환율 급등,주가급락을 예견하는 글을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연달아 올렸고 이런 내용이 일부 현실화하면서 유명세를 탔다.또 작년 11월 메네르바가 올린 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기관으로부터 글을 올리는 것을 중단하라는 압박이 왔다며 절필을 선언하기도 했다.그러나 미네르바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글을 올렸으며,지난 5일에는 ‘미국 서브프라임 설계에 몸담은 바 있었던 금융전문가이자 늙고 초라한 노인네’로 자신을 소개하고 ‘외환위기때 외국에 거주하며 국내의 고통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무슨 혐의 적용되나

검찰은 체포 시한인 9일까지 박씨를 조사한 뒤 혐의가 구체화되는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검찰이 박씨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전기통신기본법,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이다.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유포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해진다.또 그동안 박씨가 근거없이 현 정부 정책책임자 등을 비판해 온 점을 감안하면 명예훼손죄도 성립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한편 박씨의 체포를 계기로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담보로 한 상습 허위사실 유포 사범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탄력을 받게 됐다.법무부와 검찰은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명예훼손 악플 등에 대한 수사가 가능할 수 있게 사이버모욕죄의 도입을 검토중이며 서울중앙지검에 사이버범죄전담수사부를 마련하기로 한 상태다.

◆‘미네르바’맞나 네티즌 논란

미네르바 체포 소식에 그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는 체포된 인물이 실제 미네르바가 맞는지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네티즌(아이디 ‘chebab’)은 “검찰이 다음의 IP를 추적해 미네르바를 체포했다면 지금 구속된 미네르바가 진짜 미네르바일 가능성이 높다”며 “다음측에서 이에 대해 확실한 설명을 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대다수의 네티즌들은 미네르바의 신원이 30대 ‘백수’라는 사실에 허탈해 했다.한 네티즌은 “30대 백수에게 속아 ‘나라 망해라’라고 열을 올린 네티즌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일부 네티즌은 체포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한 네티즌은 “미네르바의 글 수준은 감히 무직의 30대가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미네르바를 인터뷰한 언론사도 있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이해성/김정은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