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파른 강세… 한달여만에 1500원선 돌파

원 · 엔 환율이 지난달 15일 이후 처음으로 100엔당 1500원을 넘어섰다. 엔화 가치가 전 세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 · 달러 환율은 오름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부품과 소재를 수입하는 기업들과 엔화 대출을 받은 개인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12일 외환시장에서 원 · 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100엔당 34원90전 오른 1507원49전을 기록했다.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엔화가 강세로 전환한 탓이다. 엔화는 지난주 뉴욕시장에서 3일 연속 상승한 데 이어 12일 시드니 외환시장에서도 달러당 1.05엔가량 오른 90.14엔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실업률이 7.2%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미국 경기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달러화 매도,엔화 매입' 분위기가 퍼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주 중 엔화 가치가 작년 12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80엔대에 진입해 최고 88엔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는 2008년 말 대비 10% 정도 더 상승해 올해 말 달러당 80엔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반면 원 · 달러 환율은 3거래일째 급등(원화 가치 하락)해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16원 오른 135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15일 1367원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3거래일 동안의 상승폭이 66원50전에 달한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일부 빠져 나간 것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원 · 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지속하되 1400원 안팎에서 단기 고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외환시장의 수급 상황은 여전히 달러 공급보다 수요가 우세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환율이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세(환율 상승)를 보이는 추세가 이어질 경우 원 · 엔 환율은 추가적으로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유승호/최인한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