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오늘 찬가

구영배 <G마켓 대표 kuyb@gmarket.co.kr>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시작된 2009년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되돌아보면 지난해에도 우리 모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자본,인력,기술,경험 등 모든 것이 열악한 상황에서 출발한 필자의 회사 역시 치열한 경쟁과 빠르게 변하는 온라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 임직원이 쉴 틈 없이 달려왔다. 필자 역시 지난 수년간 아침부터 저녁까지,심지어 꿈속에서도 일 생각만을 해온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다.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필자의 회사에 들어온 직원들은 한결같이 전 직장에 비해 두 배 내지는 세 배로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내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오늘'이란 소중한 시간을 너무 쉽게 희생하도록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치열함과 속도가 경쟁력의 핵심이고 생존의 기반인 현실에서 쉬엄쉬엄 일하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필자는 올해,몸은 바빠도 여유롭게 생활하는 지혜와 방법을 찾는 것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정했다.

그런데 과거를 돌아보거나 주변을 둘러보면 몸이 바빠서 여유가 없기보다는 마음이 바쁜 경우가 더 많다.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 중에서도 자신의 능력에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심지어 좌절해서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이는 단 기간 내 뭔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조급증과 성공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경우가 많다.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니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쉽게 포기하게 되고,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고,결국 '과연 이 길이 맞는가'하는 회의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누구에게나 불안과 조급증을 유발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문제는 계속 노력해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을 때 '어떻게 자기 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가'인데,이에 대한 답은 오늘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필자의 경험이다. 불확실성을 극복해가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면 우리 삶이 훨씬 더 풍요롭고 행복할 것이다.

올 한 해는 어느 때보다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오늘의 소중한 시간을 즐기면서 생활하겠다는 여유 있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다. 하루 하루의 행복이 곧 미래의 행복을 만드는 과정이다. 몸은 바쁘더라도 마음은 여유로운 소처럼 행복한 삶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의 과정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외쳤던 그 말을,더욱 치열하게 소띠 해를 살아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 "오늘에 충실하라(Carpe 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