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공동 인수하자' 産銀에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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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20%는 産銀이 '바이 백' 조건 당분간 보유
자금납부 시간벌기…파국 막는 돌파구될까 '촉각'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자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대우조선을 한화와 공동 인수하는 방안이 양측의 최후 협상카드로 타진되고 있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TF팀 실무자는 14일 "현재 자금 상황으로는 대우조선을 통째로 인수할 여력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화가 대우조선 매각 지분 50.37%(산업은행 31.26%+자산관리공사 19.11%) 중 30.37%를,산은이 공동 인수자 자격으로 20%를 각각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산은이 인수한 지분에 대해 한화 측이 바이백(buy-back) 옵션을 보장,자금 사정이 좋아지면 지분을 전량 사주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공동 인수안은 산업은행이 최근 거부한 '분할 매입안'의 수정안으로,양측의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6조여원의 인수자금 마련이 불가능해진 한화와 '특혜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산은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측면이 있다. 한화는 수조원대의 자금 납부에 시간을 벌 수 있고,산은으로서는 인수 금융기관으로 참여해 국내 산업 구조조정에 지원군 역할을 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급 조건 완화'와 '양해각서(MOU) 변경 불가'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긋던 양측 간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디스카운트 효과라도 줘야 한다"한화는 최근 한화갤러리아를 매각 대상에 포함시키는 자금 마련 계획 수정안과 함께 분할 매입안을 제시했다. 대우조선 지분 30.37%만 우선 사고 20%의 잔여 지분은 추후 금융권 등 투자자들의 자금 사정이 좋아지면 바이백옵션으로 사들이되,그때까지 산은도 대우조선 공동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산은은 현실성이 없는 제안이라며 수용 불가 의사를 분명히 하고,자금 조달 계획을 다시 짜오라고 회신했다.
이에 따라 한화와 산은은 공동 인수 카드를 놓고 실무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산은 측에 제시한 그룹 자산 및 비주력 계열사를 전부 매각하더라도 6조원이 넘는 대우조선 인수 금액의 절반밖에 안 된다"며 "현실적으로 계약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대우조선의 현재 가치에 걸맞은 '디스카운트 효과'라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인수안이 한화에는 수조원의 자금 납부 연기로 실질적 디스카운트 효과를 주고,산은은 20% 인수 지분을 풋옵션 행사를 통해 한화에 넘기면 되기 때문에 양측에 최선의 카드라는 게 한화 측 분석이다. 한화는 대한생명 지분 21%,갤러리아 백화점,서울 장교동 및 소공동 빌딩 등 자산을 매각하는 방법 등을 통해 3조8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화는 이 금액이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자산관리공사 지분 포함) 50.37%의 30.37%를 매입할 수 있는 액수며,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못박았다.
◆협상 돌파구 열릴까
공동 인수안은 인수대금 분할 지급,분할 매입안에 이어 한화와 산업은행이 쓸 수 있는 최후의 카드다. 그러나 매각주간사가 공동으로 인수한 전례가 없는 상황인 데다 인수가격 조정폭 등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커 공동 인수안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한화 관계자는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썼다"며 "이제 공은 산은에 돌아갔고,그쪽의 정책적 판단만 남았다"고 말했다. 금융계와 재계에서는 공동인수안을 대우조선 인수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보고 있다.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산은 입장에서 크게 손해 볼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동 인수와 분할 매입안은 한화가 30% 남짓의 지분을 우선 인수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산은쪽에서 보면 차이가 크다.
분할 매각은 산은 입장에서 향후 매각가격 하락 등 리스크가 뒤따르고,당초 계획과 달리 대우조선을 쪼개서 팔 명분이 없다. 반면 공동 인수는 양측 콜 · 풋옵션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산은이 최초 인수가격대로 향후 한화에 지분을 넘길 수 있어 손해볼 게 없다는 것.또 향후 조선업 경기 전망과 대우조선의 잠재 부실 가능성 등으로 한화가 중도 포기한다면 재입찰을 부쳐봤자 흥행 여부는 고사하고 6조원대 가격을 받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협상 파기로 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재입찰 등으로 매각작업이 표류하면 대우조선의 대내외 신인도에도 좋을 게 없다"며 "그런 점에서 공동 인수안은 양측에 극적인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화는 공동 인수를 전제로 지급 조건 완화 등은 철회할 계획이지만 대우조선 정밀 실사를 통해 현재 3%인 가격조정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자금납부 시간벌기…파국 막는 돌파구될까 '촉각'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자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대우조선을 한화와 공동 인수하는 방안이 양측의 최후 협상카드로 타진되고 있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TF팀 실무자는 14일 "현재 자금 상황으로는 대우조선을 통째로 인수할 여력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화가 대우조선 매각 지분 50.37%(산업은행 31.26%+자산관리공사 19.11%) 중 30.37%를,산은이 공동 인수자 자격으로 20%를 각각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산은이 인수한 지분에 대해 한화 측이 바이백(buy-back) 옵션을 보장,자금 사정이 좋아지면 지분을 전량 사주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공동 인수안은 산업은행이 최근 거부한 '분할 매입안'의 수정안으로,양측의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6조여원의 인수자금 마련이 불가능해진 한화와 '특혜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산은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측면이 있다. 한화는 수조원대의 자금 납부에 시간을 벌 수 있고,산은으로서는 인수 금융기관으로 참여해 국내 산업 구조조정에 지원군 역할을 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급 조건 완화'와 '양해각서(MOU) 변경 불가'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긋던 양측 간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디스카운트 효과라도 줘야 한다"한화는 최근 한화갤러리아를 매각 대상에 포함시키는 자금 마련 계획 수정안과 함께 분할 매입안을 제시했다. 대우조선 지분 30.37%만 우선 사고 20%의 잔여 지분은 추후 금융권 등 투자자들의 자금 사정이 좋아지면 바이백옵션으로 사들이되,그때까지 산은도 대우조선 공동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산은은 현실성이 없는 제안이라며 수용 불가 의사를 분명히 하고,자금 조달 계획을 다시 짜오라고 회신했다.
이에 따라 한화와 산은은 공동 인수 카드를 놓고 실무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산은 측에 제시한 그룹 자산 및 비주력 계열사를 전부 매각하더라도 6조원이 넘는 대우조선 인수 금액의 절반밖에 안 된다"며 "현실적으로 계약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대우조선의 현재 가치에 걸맞은 '디스카운트 효과'라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인수안이 한화에는 수조원의 자금 납부 연기로 실질적 디스카운트 효과를 주고,산은은 20% 인수 지분을 풋옵션 행사를 통해 한화에 넘기면 되기 때문에 양측에 최선의 카드라는 게 한화 측 분석이다. 한화는 대한생명 지분 21%,갤러리아 백화점,서울 장교동 및 소공동 빌딩 등 자산을 매각하는 방법 등을 통해 3조8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화는 이 금액이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자산관리공사 지분 포함) 50.37%의 30.37%를 매입할 수 있는 액수며,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못박았다.
◆협상 돌파구 열릴까
공동 인수안은 인수대금 분할 지급,분할 매입안에 이어 한화와 산업은행이 쓸 수 있는 최후의 카드다. 그러나 매각주간사가 공동으로 인수한 전례가 없는 상황인 데다 인수가격 조정폭 등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커 공동 인수안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한화 관계자는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썼다"며 "이제 공은 산은에 돌아갔고,그쪽의 정책적 판단만 남았다"고 말했다. 금융계와 재계에서는 공동인수안을 대우조선 인수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보고 있다.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산은 입장에서 크게 손해 볼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동 인수와 분할 매입안은 한화가 30% 남짓의 지분을 우선 인수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산은쪽에서 보면 차이가 크다.
분할 매각은 산은 입장에서 향후 매각가격 하락 등 리스크가 뒤따르고,당초 계획과 달리 대우조선을 쪼개서 팔 명분이 없다. 반면 공동 인수는 양측 콜 · 풋옵션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산은이 최초 인수가격대로 향후 한화에 지분을 넘길 수 있어 손해볼 게 없다는 것.또 향후 조선업 경기 전망과 대우조선의 잠재 부실 가능성 등으로 한화가 중도 포기한다면 재입찰을 부쳐봤자 흥행 여부는 고사하고 6조원대 가격을 받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협상 파기로 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재입찰 등으로 매각작업이 표류하면 대우조선의 대내외 신인도에도 좋을 게 없다"며 "그런 점에서 공동 인수안은 양측에 극적인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화는 공동 인수를 전제로 지급 조건 완화 등은 철회할 계획이지만 대우조선 정밀 실사를 통해 현재 3%인 가격조정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