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의 계절…'남의 떡' 올해는 더 커보이네

성과급의 계절이다. 한해 농사의 과실을 나누는 시즌이다. 기업들마다 작년 성적표는 다르다. 직원들에게 돌아갈 성과급도 천차만별이다. 물론 보너스는 고사하고 임금이 깎이는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들은 늘 이맘 때쯤 목돈을 풀어 왔고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극심한 불황으로 업체별 온도차가 예년보다 커졌다. 성과급을 둘러싸고 희비도 엇갈린다.

◆"우리가 어쩌다…"성과급 하면 삼성전자였다. 연초에 보너스를 지급할 때마다 다른 샐러리맨들의 부러움을 샀다. 삼성전자 고유의 성과급 명칭인 PS(Profit Sharing · 초과이익분배금)는 좋은 직장의 대명사처럼 쓰였다. 삼성전자가 지급하는 PS의 최대치는 연봉의 50%에 달할 정도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2000년 PS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연봉 대비 지급액 비율이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지속적인 가격 하락과 업계간 출혈경쟁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낸 반도체사업부의 PS가 가장 낮을 전망이다.

◆"아싸! 목돈이다"LG전자 직원들은 목돈을 쥐게 됐다. LG전자는 올해 평균 성과급 규모를 월 기본급의 300%로 결정했다. 세 달치 봉급이 이달 중 월급통장으로 입금된다. LG전자가 기본급 300% 이상의 성과급을 주는 것은 2004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잔치에 가려져 있던 LG전자 직원들은 모처럼 어깨를 펴게 됐다. 그만큼 회사 사정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도 직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주가 오를땐 좋았는데"STX그룹의 지주회사인 ㈜STX는 성과급의 절반을 항상 주식으로 지급해 왔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과실의 크기도 늘어나는 탄력적인 인센티브 제도다.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릴 때는 행복했다. 성과급 규모가 사실상 확대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제도가 되레 성과급을 줄이는 악재가 됐다. 올해 지급되는 성과급은 1년 전에 연봉협상을 통해 개별적으로 결정됐다. 손에 쥐게 되는 주식의 규모도 1년 전 주가를 기준으로 정해졌다. 당시 ㈜STX의 주당 가격은 6만원 선.주식으로 받는 성과급 규모가 60만원 수준이라면 10주 정도를 받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주가가 2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성과급도 사실상 20만원으로 쪼그라드는 셈이다.

◆"앞으로가 걱정이다"포스코는 2006년 노사협의를 통해 분기마다 영업이익의 5.5%를 직원들에게 성과급 명목으로 돌려 주기로 결정했다. 2007년부터 작년까지 2년 동안 이런 규칙이 지켜졌다. 작년 말에도 4분기 '경영성과급'을 받았다.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린 덕분에 포스코 직원들은 만족스런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당분간은 두둑한 성과급을 만지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철강시황이 예상보다 훨씬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창사 이래 처음 감산에 돌입할 정도로 포스코의 사정이 여의치 않다. "올해 살림은 어떻게 꾸려야 하나. " 포스코 직원들의 걱정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