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CEO 릴레이 인터뷰] ④ 전상일 동양證 사장 "CMA기반으로 자산관리 업그레이드"

"손님을 모실 방법이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뿐 이었습니다. 다른 증권사에서는 그런 걸 왜 하냐고 했을 정도지요. 하지만 기대수익률이 낮더라도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CMA 고객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전상일 동양종합금융증권 사장(56)은 2004년 CMA를 출시할 당시를 회상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CMA는 고객 예탁금을 어음이나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실적배당 금융상품이다.동양종금증권은 위기 상황에서도 CMA를 통해 상품경쟁력을 높인 증권사로 유명하다.
현재 동양종금증권의 CMA 계좌 수는 286만여 개다. 2007년 1월이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CMA 잔고도 7조9500억여원으로 최근 2년새 2.5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고수익성 자산인 주식형펀드의 잔고(좌수기준)는 5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펀드, 채권, 신탁 등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로 이어졌다.

동양종금증권은 CMA 고객 증가에 따라 다른 상품의 판매까지 늘어나는 교차판매(Cross-Selling) 효과에 힘입어 금융상품 예탁자산(법인분 제외한 순수 리테일 기준) 33조3993억원(2009년 1월15일 기준)을 보유한 업계 1위 증권사가 됐다. 지난해 상반기 CMA고객 등 기존고객에게도 혜택을 주기 위해 온라인주식수수료 인하를 단행한 결과, 주식위탁시장 점유율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5%대를 돌파했다. 요즘에도 매일 3000개 가량의 CMA 계좌가 신규로 발급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이 같은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자산관리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전 사장은 "자산관리영업이 단순히 금융상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고객자산관리를 종합적으로 컨설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나감으로써 고객과 회사 모두 윈-윈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올해 자산관리영업의 비전을 보다 명확히 하고 고객 자산관리 컨설팅 프로세스와 상품 개발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2~3년간 CMA로 유입된 고객의 80%가 20~30대 젊은 층이라는 점도 동양종금증권이 자산관리영업을 강화키로 한 원인 중 하나다. 이들이 앞으로 20~30년간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 높은 고객이라는 생각 때문.

동양종금증권은 자산관리 부문을 보다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를 설치하고 한국펀드평가 대표를 지낸 우재룡 박사를 연구소 소장으로 영입했다. 이를 통해 재무설계 영업전략 개발, 신상품 개발, 최적의 포트폴리오 구성 등 신자산관리영업 모델을 제시하고 투자자와 영업직원 교육 등에도 힘쓸 예정이다.

전 사장은 "국내 최대 지점망과 업계 1위의 CMA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투자은행(IB) 부문의 금융상품 소싱(Sourcing) 능력과 리테일본부의 금융상품 판매 능력이 어우러져 고객 및 수익 창출의 원천이 되고 있다"며 "이런 강점은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더욱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은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전 사장은 "변화가 심한 시기일수록 위기관리와 기본을 지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최근의 국내외 경제상황과 파생상품을 비롯한 고위험 투자상품이 증가하는 시장환경에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통합법 아래서는 투자상품 설명의무, 적합성 원칙 준수 등 투자자보호와 이해상충 방지의무가 대폭 강화됨에 따라 컴플라이언스가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 사장은 전망했다. 영업부문은 물론 관리, 리서치 등 회사의 제분야에서 법규와 업무절차를 엄수해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해서 그는 "대외여건의 악화 뿐만 아니라 소비와 투자 등 내수부문 마저 위축되면서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며 전세계적으로 가계, 기업 그리고 은행을 중심으로 한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차입 축소) 과정이 지속됨에 따라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증시는 지난 1년여 동안 지속된 가격조정에 이어 기간조정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 사장은 "1분기에는 미국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반영, 4분기에는 재정 및 통화 확대정책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실물경기가 살아나고 기업이익의 개선이 뚜렷해지면서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경기와 기업이익의 턴어라운드 관점에서 경기민감주에 관심을 가져도 좋겠으며 리스크 회피 성향의 투자자는 대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상반기에는 이익모멘텀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통신과 이익회복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업종을, 하반기에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IT와 산업재 섹터가 주도 업종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 사장은 23년째 동양그룹 금융계열에 종사하고 있는 '동양그룹 증권맨'이다. 자산운용, 기업금융, 경영지원 업무 등 뿐만 아니라 동양선물과 동양투신운용에서 대표이사를 지냈다. "기다가 걷다가 달리자"라는 게 그의 경영 철학이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할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세계 최고의 기업이 돼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