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레이디 미셸, 백악관 확바꿀까 말까

[한경닷컴] 오는 20일 버락 오바마 차기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백악관은 새주인 맞이에 분주하다. 백악관은 미 대통령의 집무실이자 대통령 가족이 4년간 생활할 저택이기도 하다. 그래서 통상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할 때마다 퍼스트레이디의 주도하에 재단장이 이뤄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자 주말판에서 1800년 미국의 2대 대통령 존 아담스가 첫 입주한 이래 백악관의 내부가 대통령 가족의 취향에 따라 어떻게 바뀌어져 왔는지를 소개했다.

FT에 따르면 새로 백악관의 안주인이 되는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을 어떻게 단장할지는 아직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말 농구광인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후 백악관 지하에 있는 볼링장을 농구장으로 개조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큰 돈이 드는 대대적인 공사는 하지 않을 것이란 게 주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백악관은 1814년 영국과의 전쟁때 소실되었다가 재건하면서 외벽을 하얗게 칠해 백악관이란 명칭을 얻게 됐다. 백악관 재건후 첫 입주한 제임스 먼로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엘리자베스는 먼로 대통령이 1700년대 후반 프랑스 대사를 지냈던 영향으로 프랑스왕조풍의 가구를 상당수 백악관에 들여왔다. 1901년 테어도르 루즈벨트 대통령 때 백악관은 대대적인 리노베이션(대대적 개보수)이 이뤄졌다. 웨스트윙(대통령 집무공간)이 더해지고 테니스코트도 만들어졌다. 덕분에 대통령 가족은 6개월간 백악관 밖에 머물러야 했다. 내부장식도 보다 보다 식민지시대 역사등을 반영한 미국풍으로 바뀌었다.

백악관을 보다 웅장하고 화려하게 꾸미는데 관심이 많았던 퍼스트레이디로는 존 F.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재클린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가 꼽힌다. 재클린 케네디는 백악관 단장을 위해 인테리어 전문가 여러 명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백악관은 미 의회 의원들로부터 지나치게 프랑스 풍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낸시 레이건은 미 서부 베버리힐스의 여러 연예인 집을 꾸며준 것으로 유명한 테드 그래버란 인테리어 전문가를 고용해 백악관의 2층,3층 전체와 기자회견실까지 포함하는 대대적인 개조공사를 진행했다. 옷장은 드레스 룸으로 바뀌었고 작은 체육실도 만들어졌다. 대통령내외 침실엔 중국 새가 그려진 핸드페인팅 벽지를 주문하기도 했다. 낸시 레이건은 미국 경기가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식기세트 구입에 21만399달러(2억8600만원)를 썼다가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반면에 링컨 대통령은 부인에게 2만 달러만 주고 백악관을 꾸미게 했다. 남북전쟁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백악관 단장에 큰 돈을 쓸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몇달뒤 초과지출에 대한 예산을 요청하자 링컨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백악관을 꾸미는데 드는 돈은 어디서 나올까. 미 의회는 매년 백악관의 유지 · 보수에 160만달러(약 22억언)의 예산을 할당한다. 여기엔 매 4년마다 지급되는 10만달러의 개인공간 개선 비용도 포함된다. 때로는 친구나 후원자들의 기부를 받기도 하고 대통령 가족이 개인적인 돈을 지출하기도 한다. 비영리 교육기관인 백악관역사연합회도 백악관 공공공간 리노베이션이나 소장 목적의 예술품 구매시 각각 백악관기금신탁(3380만달러 규모)과 백악관구매신탁(600만달러)에서 나온 돈을 지원한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