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였던 155cm 소년, 하와이 강타

874g으로 태어난 18세 후지카와…생애 베스트스코어 62타치며 우승 넘봐
미국PGA투어 2009시즌 두 번째 대회가 열린 18일(한국시간)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CC(파70) 18번홀 그린.

3라운드 마지막 조는 아직 첫 티샷조차 날리지 않았는데,스탠드에 있던 갤러리들이 모두 일어서 기립박수를 쳤다. 플레이를 마친 '앳된 소년'이 허리 굽혀 인사를 한 뒤 환한 웃음으로 그 성원에 답례했다. 주인공은 일본계 하와이언 프로골퍼 태드 후지카와(18)다.

그는 2년 전에도 아마추어 신분으로 이 대회에 나와 커트를 통과하며 세계 골프계에 이름을 알렸던 선수.

당시는 미PGA투어에서 50년래 최연소로 커트를 통과한 것으로 화제가 됐는데,올해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투어역사상 100년 만에 '최연소 챔피언'이 탄생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이날 갤러리들이 그에게 열광한 것은 고교 3학년인 그가 이번 대회 18홀 최소타이자 자신의 생애 베스트 스코어인 62타를 쳤기 때문.

후지카와는 버디는 두 홀 중 하나꼴인 9개를 잡았고,보기는 4번홀(파3)에서 단 하나 기록했다. 전날 1타차로 커트를 통과할 때만 해도 공동 50위였으나,하룻새 무려 44계단이나 뛰어오르며 단숨에 우승경쟁에 합류했다.

3라운드합계 8언더파 202타의 공동 6위가 된 그는 "2년 전에는 커트통과가 목표였으나 올해는 우승하러 나왔다. 나는 우승 방법을 안다"고 말했다. 후지카와의 당찬 목표에 대해 데이비드 톰스 등 많은 선수들이 "이 코스에서 62타를 칠 정도라면 가능성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후지카와가 이번 대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하와이 출신인 데다 62타를 쳤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정상적인 아이들보다 3개월 빨리 태어났다. 태어날 당시 체중은 879g에 불과할 정도로 미숙아였으며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155㎝가 채 안 되는 작은 키인데도 2007년 이 대회에서 역대 두 번째 어린 16세에 커트를 통과하면서 하와이 주민들에게 알려졌다.

미셸 위,타이 트라이언 등 '10대 프로'의 실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해 여름 곧바로 프로전향을 선언한 자신감,게임이 안 풀릴 때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낙천적 태도 등은 많은 사람들을 끌리게 했다.

지난해에는 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올해는 스폰서가 초청하지 않자 월요예선을 거치기도 했지만 우승권까지 근접하며 다시 한 번 존재를 알린 것.

이날 그가 경기하는 홀에는 500여명의 갤러리들이 몰려다녔고,일부 팬들은 연방 탄성을 내질렀다.

특히 그는 미국LPGA투어의 장 정,김미현과 비슷한 키인데도 18번홀(파5 · 길이 551야드) 페어웨이벙커에서 3번우드 세컨드샷을 그린에 올리는 등 이날 평균 282.5야드에 달하는 드라이버샷을 날려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2007년 마스터스 챔피언 잭 존슨(미국)은 합계 10언더파 200타로 1타차 선두에 나섰다. 그러나 선두와 3타 이내인 선수가 후지카와를 포함,11명이나 돼 우승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지난해 챔피언 최경주(39 · 나이키골프)는 공동 31위로 처지며 타이틀 방어가 어렵게 됐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