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키워드로 본 통치 스타일] 돋보이는 목표지향적 화합의 리더십

"We must change!"(우리는 변화해야 한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사 중 가장 힘줘 강조한 대목이다. 하지만 그의 이상과 달리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를 비롯해 이라크 철군과 북핵 등 외교 문제,인종 및 종교 간 국민적 통합 등 산적한 난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통치 스타일로 현안을 풀어가며 변화를 이끌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그의 통치 스타일을 '실용(pragmatic)''상향식(bottom-up)''목표지향적(goal-oriented)' 그리고 '합의(consensus)'와 '결단(resolution)' 등 5대 키워드로 요약했다. 우선 오바마는 실용주의자다. 그의 취임사도 경제 위기에서부터 식량 지원,농장 개발,상수도 정화 등 구체적 문제까지 언급하며 '실용'으로 꽉 차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용이야말로 오바마가 주도하는 변화의 '나침반'이란 얘기다. 이념보다는 실용을 앞세우는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도 닮아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실용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오바마의 의사결정 방식은 상향식이다. 하부에 정권을 적절히 이양한 뒤 밑에서부터 의견을 수렴한다. 오바마는 인수위원회 회의에서도 문제를 던지는 것으로 시작해 각 참석자로부터 대답을 들으면서 토론에 참여한 뒤 마지막에는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와 어떤 생각을 하게 됐는지를 정리하는 스타일을 보였다.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하향식(top-down) 리더십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오바마는 목표지향적인 인물이다. 에드워드 렌델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오바마는 과정 중심이라기보다는 목표 지향적인 성향을 지녔다"며 "겉으로 비쳐지는 형식보다는 성과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독재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화합을 중시한다. 자신과 대권 경쟁을 벌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기용하고,흑백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인종과 당을 가리지 않고 인물을 발탁한 데서도 그의 '링컨식 화합' 의지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오바마는 '결단의 지도자'다. 그가 무명의 정치인에서 일약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뛰어오른 것은 특유의 침착함 속에 결단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바마가 상무장관에 지명됐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부패 추문이 불거지자 9시간 만에 신속한 경질 결정을 내린 데서도 그의 결단력은 돋보인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