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원 사장 "유·무선 독식 KT·KTF 합병 반대"

SKㆍLG, 국민세금으로 구축한 필수설비 KT서 분리해야
KT, 통합 컨버전스 활성화 되면 3만명 고용창출 효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KT와 KTF의 합병결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의 '3콤'과 케이블TV 등도 반(反) KT전선을 구축,국내 통신업계가 완전히 둘로 쪼개져 벼랑끝 승부를 펼치고 있다. 정 사장은 21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서 통신업계가 국난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할 마당에 시장을 독점구도로 끌고가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KT가 국내 통신시장과 통신자원을 독식하게 돼 시장경쟁이 심각하게 제한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SKT,양보없는 기싸움보조금이나 요금 경쟁 등으로 바람잘 날이 없는 통신업계지만 최고경영자(CEO)가 전투의 선봉에 서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런데도 정 사장은 취임 한달도 안돼 KT를 공격하는 포문을 열었다.

KT와 KTF가 합병하면 매출액(17조5000억원)과 가입자 수(4054명) 모두에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2강(KT · SK)1약(LG)구도인 통신시장이 단번에 1강(KT)1중(SK)1약(LG) 구도로 재편되는 것.유 · 무선 통신시장이 KT 천하로 뒤바뀌게 되는 셈이다.

정 사장은 "KT가 유 · 무선 시장을 동시에 장악하게 되면 품질 경쟁,요금 인하 경쟁이 사라지고 결국에는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힘을 기르지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의 통신계열사인 '3콤'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가 합병을 인가하더라도 KT의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SK측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며 "신세기통신과 SK브로드밴드(당시 하나로텔레콤)를 인수할 때 정부의 각종 인가 조건 부과로 골머리를 앓았고 올해는 황금주파수인 800메가헤르츠(MHz) 일부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작용한 것 아니겠느냐"고 나름대로 풀이했다.

◆필수설비 떼내라


KT가 보유한 전봇대 통신관로 등 필수설비가 최대 이슈다. 전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필수설비는 KT가 확고한 경쟁 우위를 갖는 부분.경쟁사들은 KT에 일정 대가를 내고 이 시설을 빌려쓴다.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은 "필수설비를 쓰겠다고 해도 태반을 거절하는 등 KT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실제 작년 SK브로드밴드는 KT에 486건의 필수설비 이용요청을 했지만 허용된 것은 불과 67건이었다.

통신사들이 필수설비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한 몫한다. 도심에 관로를 설치하려면 도로를 파헤쳐야 하는데 지방자치단체들이 교통방해 등을 이유로 허가를 잘 내주지 않는다. 또 KT 수준의 필수설비를 갖추려면 40조원 상당의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한다. 조 사장은 "합병과 무관하게 유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필수설비를 KT에서 떼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KT는 필수설비는 제도적으로 이미 개방돼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KT는 초당 50메가비트급의 광랜 가입자 비중이 KT는 24%에 불과한데 SK브로드밴드는 45%,LG파워콤은 25%로 오히려 높다고 반박하고 있다. ◆IT 산업 육성 vs 독점 심화

이석채 KT 사장은 "KT와 KTF가 합병하면 유 · 무선이 통합된 컨버전스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며 "젊은이들은 물론 벤처기업가들이 다양한 사업모델을 만들어 성공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향후 5년간 5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낼 것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KT의 독점 심화로 IT산업이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KT의 독점만 강화시켜 산업 성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정보기술(IT) 산업의 육성은 커녕 과당 경쟁을 불러 결국 소비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했다. LG텔레콤은 KT의 유선시장 지배력이 무선시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지난 3월 폐지된 휴대폰 보조금 제한을 다시 부활하고 결합상품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