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제위기 생각보다 심각 … "확장적인 거시경제 정책 적극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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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실대비 공자금 투입 고려해야"한국개발연구원(KDI)이 21일 발표한 2009년 경제전망 수정보고서는 올해 한국 경제가 직면하게 될 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성장률 전망치는 0.7%로 지금까지 나온 국내 연구기관 전망치 중 가장 낮은 것이며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3%)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이날 보고서에서 KDI가 가장 우려한 것은 수출 급감이다. 세계 경제가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극심한 침체를 보였던 2001년보다 더 악화될 우려가 높아지면서 해외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고,이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특히 상반기 경기 침체가 최악의 수준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2.6%로 작년 상반기 성장률(5.3%)과 비교할 때 침체의 골이 상당히 깊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분야별로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의 경우 민간소비 증가율이 작년 0.7%에서 올해는 0.1%로 급락하고 수출은 작년보다 17.4%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수치상으로는 올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봤다. 올해 경상수지가 136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수출이 급감하지만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어 흑자를 낼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설비투자는 작년보다 무려 7.7%나 줄어들 것으로 KDI는 예측했다. 경기 침체 탓에 기업이 투자를 않는 데다 현재 가동 중인 공장도 멈추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한전에 따르면 3개월 후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산업용 전력판매량이 11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월별 산업용 전력판매량은 작년 11월 157억500만㎾h로 전년 같은 달보다 3.41% 감소했다. 이어 12월엔 감소세가 더욱 커져 7.1% 줄어든 153억2000만㎾h를 기록했으며 이달 들어서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공장이 돌지 않는다는 의미다.
KDI는 이 같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금리 인하,재정 조기 집행 등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은행들의 부실이 커질 경우를 대비해 정부가 은행 공적자금 투입 등 비상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명/류시훈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