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한화 감정싸움은 계속?

산업은행이 22일 한화그룹과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협상이 종결됐음을 공식 선언했지만,양측의 감정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대우조선 매각 무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서로 책임을 미루며 명분 싸움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정인성 산은 부행장은 이날 대우조선 매각 무산을 공식 발표하는 내내 한화 측이 협상 원칙을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화가 협상 과정에서 양해각서(MOU)의 규정과 다른 사항을 계속 요구했고,최근 한화가 제출한 자금조달 계획서상의 인수자금도 매각 대금에 크게 못 미쳤다”며 “한화가 제안한 분할 인수 방안은 MOU 기본 내용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산은이 이처럼 한화 측의 책임론을 들고 나온 이유는 대우조선 매각 무산이후 일고 있는 ‘산은 책임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산은이 적절한 매각 시기를 놓친 데다 유연하지 못한 협상 전략을 고집하면서 ‘판’이 깨졌다는 게 산업 및 금융계 안팎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화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한화 관계자는 “산은 측이 마치 우리만의 잘못으로 인해 매각 자체가 틀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협상을 기본 전제로 하는 M&A 속성상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오히려 초유의 금융위기 상황에서 대형 M&A를 성사시키기 위한 유연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산은의 책임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화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산은은 인수후보자인 한화에 대우조선 노조와 사전에 협의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원활한 실사가 이루어지지 못한 근본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대우조선 인수에 참여한 ㈜한화,한화석유화학,한화건설 등 한화 계열사들은 곧 긴급 이사회를 열고 3000억원에 달하는 이행보증금(인수가격의 5%) 반환을 위한 소송을 준비할 방침이다. 명분 싸움도 중요하지만 일단 통째로 잃을 지 모르는 돈의 일부라도 되찾자는 것이다.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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